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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 백두대간 산양목장
대한민국은 영토가 큰 나라가 아니다. 거기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탓에, 유럽처럼 들판에 양이나 소,말과 같은 가축을 방목하는 모습을 매우 보기 어렵다. 가축을 방목하는 곳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대관령에 위치한 양떼 목장인데, 이 때문에 해외 여행의 경험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 ‘목장’이라는 키워드를 던져주면 ‘대관령’과 ‘양’ 외의 단어를 듣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 역시 그랬다.

‘목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한정된 마인드 맵 테두리를 깨게 된 계기는 며칠 전 태백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가족 여행 중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다가 점심을 먹던 태백 시내에서 멀지않은 곳에 목장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태백이라는 도시는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위치한 동네라 목장을 마련할 평지도 거의 없다시피 한 곳이고, 과거에는 석탄 산업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쇠퇴한 탓에 여행객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 그닥 많지 않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관령’이라는 동네만 떠올렸던 필자에게 ‘태백’이라는 동네가 ‘목장’이라는 단어와 함께 마인드 맵 경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목장은 자가용이 없거나 렌트 업체에서 차를 빌리지 않는다면 가기는 어려운 곳이다. 매우 비탈지고 좁은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운전해서 올라가야 목장 입구가 나온다. “이런 비탈진 곳에서 양을 키운다고?”라고 생각하고 목장 입구에 도착한 사람들은 목장 입구의 푯말을 보고서야 왜 목장이 비탈진 산 위에 존재하는지 알게 된다. 그렇다! 여기는 ‘양’ 목장이 아니라 ‘산양’ 목장이다.
목장 주인장께서는 입구에서 관광객들에게 목장 관람과 관련된 안내를 진행하신다. 들어보니 원래 개인 목장으로 운영하던 것을 최근에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게 되었다고 한다.원래 정식 개장 전에는 목장 관람 입장료는 받지 않았지만, 개장 후 목장 운영을 위해 1인 당 소정의 금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신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산양유 한 컵을 제공한다.
목장 출입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풀밭이 너르게 펼쳐진 비탈길이 나타난다. 산양이 한 80마리 정도 있다고 하는데, 산양이라는 동물이 워낙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산길을 빠르게 이동하는 동물이라 그런지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바로 산양들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목장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라 10분 정도 목장 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면 풀을 뜯는 산양들을 만날 수 있다.
개방된 목장에 들어서는 관광객들에게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은 모양인지 산양들은 사진을 찍으려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해 하나같이 산 아래로, 또는 산 위로 도망가기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장 내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녀석들도 종종 보이는데 이 한 두 마리의 산양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근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산양을 처음보는 아이들은 신기해서 쓰다듬기도 하고 무섭다고 울기도한다.
목장 내의 산양들 대부분은 성체다. 간간히 이제 막 젖을 뗀 듯한 새끼 산양도 보이는데,이 산양은 자기 엄마 옆에 딱 붙어 졸졸 쫓아다니며 풀을 뜯는다. 산양이 사실 양에 비하면 객관적인 귀여움은 떨어지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새끼는 어느 동물이나 그렇듯 참 예쁘다. 어미도 자기 새끼라고 모성애를 발휘해 새끼들을 성심성의껏 돌봐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몹시 흐뭇했다.
산양이 풀만 뜯지는 않는 모양이다. 간간히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을 먹는 녀석들도 보이는데, 풀보다 나뭇잎이 훨씬 더 맛있는지 두 앞발로 나무를 잡고 서서 나뭇잎을 뜯어 먹는다. 그러다 나뭇잎까지 잎이 닿지 않아 관광객 일부가 나뭇가지를 잡아 밑으로 내려주자 신이 나서 나뭇잎을 뜯어먹는다.
목장의 정상으로 올라가면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는 산양들을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목장 입구에서 대략 150m 정도 높은 곳에 위치한 정상에는 풀을 뜯는 산양들 뒤로 태백시의 목가적인 풍경이 조용하게 펼쳐진다. 빠쁜 일과에 머리 속이 복잡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목장에서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보고 것만으로도 큰 힐링이 된다.

아직은 개방한 지 오래되지 않은 목장이라 30년 가까이 운영한 대관령 목장 만큼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아니지만 양 외의 가축을 방목하는 목장, 그것도 대한민국에서는 야생 외에는 보기 어려운 산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관령 목장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태백 산영목장이다. 여름 막바지 무더위가 지나가기 전에 산양목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양과 함께 힐링타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Pavel Lim, Reporter from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