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nt Jung, Writer
겨울밤, 월동 준비. Essay by Clint Jung
평년보다 춥지 않은 올해는 지구온난화를 깊게 실감하고 있다. 뉴욕시는 입동이 지난 11월 초순에도 가을이었다. 겨울 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식비와 공공요금 상승에 밀려 의류비 및 기타 잡비 지출의 절감 탓도 있겠지만 따뜻한 날씨 탓이 더 큰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뉴욕 버팔로에선 6피트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한국에 사는 지인들이 걱정스레 안부를 물어왔다. 같은 뉴욕주라도 날씨 편차가 있다고, 뉴욕시에서 버팔로까지의 거리는 서울과 부산 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다고 설명해 주었다. 영속될 것 같은 이상 기후들 틈 사이로 한파가 성큼 다가왔다. 길게 느껴졌던 가을도 결국 한철이었다며, 잃어버린 길을 찾아 겨울이 찾아왔다.

늦저녁에 우편함을 열어보니 건강보험회사에서 편지가 와 있었다. 인상이 찌푸려졌다. 매년 이맘때 받는 편지는 내년 보험비 인상에 관한 통지서나 저번 달 비용 청구서일 테니. 사실, 우편함엔 반가운 소식이 사라진 지 오래다. 미처 페이퍼리스로 전환되지 못한 청구서들과 광고 메일만 삼켰다가 뱉어낸다. 설렘은 사라지고 경계심만 남은, 애증의 관계. 그런데 이번 편지 내용은 추가된 새로운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다. 온라인 피트니스 구독 서비스 업체인 펠로톤 Peloton 앱의 일 년 무료 이용권. 생각지 못한 반가운 혜택이었다.
그간 보험회사에 따라 걸음 수가 일정 목표를 넘으면 현금을 주거나, 스포츠 클럽 출석 기록을 제공하면 멤버십 가입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쥔 손만 흔들거나 반려동물한테 측정기기를 부착해서 수치를 올리는 편법들로 걸음 수의 운동 증명에 관한 뒷말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늘어난 재택근무자와 하이브리드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필요성도 통감한 것 같았고. 비대면 운동이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보험회사로선 추후 발생할 병원비 지급보다 수지타산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몇 년간 폭발적으로 이용자들이 늘었던 온라인 피트니스 업체들이 올해 들어 코비드 정책 완화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보험회사와 온라인 피트니스 회사 간에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환경이 된 것이다. 육아, 장소, 거리상의 문제 등으로 오프라인 클럽에 갈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홈 트레이닝, 홈트는 최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다만,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페이스 메이커나 운동 파트너가 없으면 지속력이 쉽게 휘발되는 단점도 있다. 거실에 둔 트레드밀이나 실내 사이클이 빨래 건조대로, 덤벨이나 케틀벨이 문 고정장치로 용도 변경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래서 화려한 강사진들과 다양한 개인 맞춤형 컨텐츠로 무장한 애플 피트니스, 아마존 할로, 미러, 펠로톤 등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으며 홈트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기존에 구독하던 유튜브와 아마존 할로가 있었지만, 펠로톤까지 강사진이 확장되니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안 그래도 독감, 코비드, RS 바이러스의 트리플데믹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국이고, 재택근무가 축소되면서 사무실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전보다 더 심해진 교통체증과 더불어 통근을 통해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체력도 만만치 않게 소비된다는 것을 체감하던 차였다. 겨우살이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때마침 도착한 편지는 운동을 꾸준히 계속하라는 하늘의 계시로 보였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떠올리고 지워보다가, 일단 시작하겠다고 매트를 펼치고 로그인을 했다. 어느새 저녁이 지나 밤이었다. 칼로리를 한껏 태우기 좋은, 겨울밤이었다.
Clint Jung, Writer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