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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lint Jung, Writer

경계없이 모든 영역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예술가, 이한(Han Lee)

뉴욕만큼 양면성과 다양성이 두드러진 도시가 있을까. 세계 경제의 수도이면서 타락한 고담시. 지독하게 바쁘지만 지루하게 느린 곳. 무역·금융·통신·예술·연예·패션의 중심지이지만 위험하고 불결한 도시. 마천루가 즐비하지만 슬럼가 또한 즐비한 곳. 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와 Extreme의 When I First Kissed You를 흥얼거리게 만들지만 알고 보면 힙합의 성지. 보는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인상을 각인시켜주는 뉴욕. 도시 문화의 정점이며 트렌드 세터인 뉴욕과 어울리는 한 예술가를 만났다. 디자이너, 캘리그래퍼, 뮤지션, 유투버이며 뉴 미디어 아티스트인 사람. 프로그래밍 일을 하면서 나무를 사용한 손작업을 좋아하고, 디지털만큼 피지컬 아트도 사랑하는 사람. 상업 디자인과 예술 작품을 함께 만드는, 아날로그 감성의 뉴 미디어 아티스트 이한 작가를 소개한다.

Art Works by Lee Han, New Media Artist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한 작가님. 우선, 뉴 미디어 아트(New Media Art)는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이한입니다. 뉴 미디어 아트는 사진, 전화, 영화, TV 등의 발명 이후 이러한 신기술을 사용하여 미디어 본연의 자세를 표현하는 예술을 미디어 아트라고 부르죠. 제가 하는 분야는 현재의 첨단 신기술들, 예컨대 컴퓨터나 인터넷, 그래픽, 영상, 가상현실,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이를 통칭해서 뉴 미디어 아트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매우 가족 친화적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가치관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사회초년생 시절, 플래시(Flash)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다수의 영화 웹사이트 등을 제작했었습니다. 그때 플래시의 구루로 불리던 유고 나카무라(Yugo Nakamura)라는 인터렉티브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는데, 그가 발표했던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작업물들에 매료되고 좋아하다 보니 어느샌가 저 자신이 웹아트 창작에 빠져 들어 있었습니다. 소리, 키보드, 마우스 등으로 반응하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작업물을 계속 만들게 되었지요.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예술의 전당이 눈에 들어왔는데, 제 작품들을 저곳에서 전시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습니다. 그 순간의 충동이 열망으로 바뀌어선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전시회 동안 가족 단위로 찾아온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 안에서 보고 즐기는 반응들은 전에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어른이나 어린이의 구분 없이 삶의 휴식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안식처와 놀이터처럼 제 작품이 이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꿈꾸게 된 동기가 폭력적이거나 성적 주제를 지양하고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표현으로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 관람객이 제 작품을 만나는 순간이 인생의 단 한 번, 그 순간일 수도 있는데 혐오스럽다거나 불편한 인상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저는 제작 과정 중에 어린 제 자녀들에게 작업물을 보여주며 감상평을 묻고 확인받곤 합니다.


작품에서 주로 다루시는 ‘빛’과 ‘시간’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저는 시계를 좋아합니다. 제작한 작품 중에 나오는 BGM도 초당 한 비트로 60 BPM으로 만들고, 음악을 만들 때도 대부분 60초의 두 배속인 120 BPM에 맞추어 초침에 맞게 흘러가게 만듭니다. 이 속도가 제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속도입니다. 제 작품에 들릴 듯 말듯, 보일 듯 말듯 시간을 투영시키는 이유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니까, 모든 것이 현실처럼 변하고 제 작품도 초 단위로 항상 멈추지 않고 변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느껴보시길 기대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정지된 것들보다 움직이는 것들을 더 좋아하는 성격이라 사진보다 영상이나 모션을 더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빛은 밝음, 따뜻함, 종교적인 상징 등을 담고 있습니다.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이 들어가면 콘트라스트가 강하게 작용해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LED나 프로젝션 맵핑 등을 이용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이스라엘에서도 전시회와 공연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으신지요?


제주 플레이스 호텔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 전시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와 빛으로 반응되는 250여 개의 전구와 프로젝션 맵핑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제주도가 휴양지이다 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다수 방문객이 인터랙티브하게 움직이는 작품 앞에서 멈추어서는 지켜보며 신기해했습니다. 걷기도, 뛰기도 하고, 심지어 춤추기도 하는 모습들이 보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들이 제 작품을 통해 경험하기를 바랐던 그림이었으니까요.


가장 최근에 뉴욕 트로이베카에서 ‘Rain of Joy’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여셨습니다. 이 전시회와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트로이베카에서 연 전시회에서는 인터프리터(The Interpreter)라는 작품을 전시했었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언어는 일부에 불과하고 비록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때가 다반사입니다. 소통하려면 상대 객체가 주는 수많은 신호들을 그 객체의 순서에 맞게 제대로 나열했을 때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그 의미가 전달됩니다. 마찬가지로, 자연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우리가 자연이 말하는 방법과 규칙을 모르면, 이해하지 못하는 무질서한 것들로 보일 뿐입니다. 마치 퍼붓는 비가 무질서하고 소란스럽게 보이는 것처럼요.


비 내리는 모습을 보면 ‘1’자의 형태로 우수수 떨어지는데 땅에 닿으면 ‘0’의 형태로 파문을 만듭니다. 프로그래밍할 때 0과 1로 이루어진 바이너리 코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Rain of Joy’ 전시회의 배경에서는 숫자 ‘1’과 ‘0’이 마치 디지털화된 비처럼 펼쳐집니다. 자연이 전달하는 무질서해 보였던 메시지가 인터프리터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에게 해석 가능한 수치와 글자로 전달됩니다.


'Rain of Joy'는 2015년부터 시작되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제 개인전의 주제입니다. 저는 비 오는 것을 바라보거나 빗소리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마음에 평안을 주거든요. 삶의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비 내리는 풍경과 빗소리를 즐기듯 안식처와 놀이터를 제공하고 사랑의 근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제 개인전의 주제로 ‘Rain of Joy’는 계속 사용될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전시회 계획, 그리고 뉴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말 한국에서 전시계획이 진행 중이고, 내년에 뉴욕의 한 갤러리에 전시회가 잡혀있습니다. 제 몇몇 작품들을 NFT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 미디어 아트를 하게 되면 타 미술 분야와는 다른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과 기기들이 이용되고 대체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작품에 쓰인 예전 소재들이 모두 버려지거나 심지어 작품 자체가 사용불능이 되어 흉물이 되기 쉽습니다. 다른 예술에 비해 리사이클 또는 지속 가능한 면에서 친환경적인 요소가 매우 적습니다. 예전 브라운관 TV나 타자기, 전화기, 핸드폰 같은 것들을 지금 쓸 수 없다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뉴 미디어 아트를 표방하면서 재사용할 수 있거나 유지보수가 가능한 소재를 이용할 수 있는가, 물리적인 소재보다 디지털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방편이 있을까, 물리적인 작품이 된다면 가구처럼 실용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저의 숙제이며 계획입니다.

Homepage: https://hanlee.com/about

YouTube: https://www.youtube.com/c/HanLeeBox


인터뷰, 글: Clint Jung, Writer, All Images by H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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