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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는 것이 새로운 멋’이 될 유행 예감, 버니 샌더스 의원의 친환경 패션

지난 20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그런데 취임식 후 주인공인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며 화제 몰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점퍼 차림에 털장갑을 끼고 누런 서류 봉투 하나를 움켜쥔 채 식장에 참석했던 버몬트(Vermont)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바로 그 화제의 인물이다. 취임식에 참석했던 수많은 정·재계 저명인사들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오피셜한 복장을 하고 등장했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던 샌더스 의원의 패션(?)은 소박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비쳐 평소 그의 정치적 행보와 맥이 같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또 다른 감동과 신뢰를 안겨 주었다.

image credit NBC news

밈(meme)으로 존재감 드러낸 샌더스 상원의원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도 했던 샌더스 의원은 취임식 당일 군중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았는데, 날씨 탓인지 아니면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인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이 브렌던 스미알로브스키(Brendan Smialowski) AFP통신 사진기자에게 포착되었다. 그의 행색은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영예로인 자리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기자의 눈에는 그 점이 흥미롭게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 사진이 뉴스로 전파 되자 온라인에서는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그의 모습을 담은 710만 개의 다양한 밈(meme)이 등장해 SNS를 뜨겁게 달구게 되었고, 심지어 장소만 지정하면 그의 모습을 합성할 수 있는 무료 앱까지 출시되어 현재 온 세계는 샌더스 의원 밈 열풍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샌더스 의원은 취임식 다음 날 한 TV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이 사는 버몬트는 무척 추운 곳이어서 평소 추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따듯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패션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를 두고 여러 정치 분석가들을 평소 사람의 권익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정치적 신념이 외형에 관심을 두지 않는 그의 일상과 일치한다며, 그런 점에서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국적을 불문하고 온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뉴딜정책 주장하는 친환경 주의자 샌더스 의원

image credit Jacobin Mag

특히 샌더스 의원의 사진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의 손을 감싸고 있던 털장갑이다. 이 장갑은 버몬트주, 에섹스 정션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샌더스 의원 지지자인 젠 엘리스(Jen Alice)라는 여성이 직접 손으로 뜬 장갑으로 2년 전에 선물한 것이다. 엘리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용해 재생한 친환경 털실로 이 장갑을 만들었으며, 처음 장갑을 선물했을 때 샌더스가 선거 유세장에 자신의 장갑을 끼고 나와서 무척 놀랐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샌더스 의원이 입고 있었던 재킷은 평소 그가 즐겨 입는 재킷으로 버몬트에 본사를 둔 아웃도어 기어 컴퍼니(Outdoor Gear Company) 버튼(Burton) 사가 만든 옷이다. 샌더스 의원의 부인인 제인 오메라 샌더스(Mrs. Jane O'Meara Sanders)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샌더스 의원의 아들인 Dave Driscoll은 원래 버튼 사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회사를 떠나 정책 비영리 단체인 Sanders Institute를 설립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샌더스 의원의 이미지가 들어간 핀을 만들어 아버지의 코트에 꽂아두었는데, 이를 본 버튼 사에서 샌더스 의원의 핀이 꽂힌 코트를 공식 라인으로 생산하게 되었으며, 수익의 일부를 샌더스 연구소에 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평소에도 버튼 사의 재킷을 좋아했는데,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같은 브랜드의 재킷을 입고 참석했다고 한다. 지역 상공인들의 비즈니스를 지지하는 샌더스 의원의 실천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샌더스 의원의 수수한 패션 열풍을 두고 영국 가디언은 ‘꾸미지 않는 것이 새로운 멋’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날 레이디 가가, 제니퍼 로페즈를 비롯해 여러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들, 수많은 참석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양하고 트렌디한 패션으로 멋지게 치장하고 나왔지만, 이들은 진보주의를 지향하는 80세 노장 정치인의 무념한 패션에 모두가 의문의 1패를 당하고 말았다.


자료 출처: NBC news,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