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 Choi Editor
뉴요커들의 '18 miles of books' Strand Bookstore 사수하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비즈니스를 상실하고, 경제난에 허덕이는 등 암울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요즘, 훈훈한 소식이 있어 전합니다. 맨하탄 4번가에 위치한 100년 가까운 전통의 아날로그 서점, Strand Bookstore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서점은 Nancy Bass-Wyden이라는 여성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1927년 그녀의 할아버지가 세운 서점으로 현재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서점이자, 맨하탄의 랜드마크 중 하나죠.
예로부터 Union Square에서 Astor Place까지를 ‘서점 골목’이라는 의미의 Book Row라 불렀고, 그곳에는 약 48개에 달하는 많은 서점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이 Strand Bookstore 하나만 남았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문호 움베르토 에코가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칭송했다는 이 Strand Bookstore에는 최신 간행물은 물론이고, 온갖 종류의 중고서적을 비롯해 각종 희귀본, 절판본 또 작가의 원본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서점 안 유리 진열장에 따로 보관 중인 희귀본들 중에는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Lord Byron) 경의 시집 ‘Hebrew Melodies’의 초판본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몇만 불 대를 호가하는 보물 수준이구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서점을 두르고 있는 빨간색 천막 지붕에는 “18 Miles of books”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것은 Strand Bookstore에서 판매하는 모든 책을 줄지어 늘어놓으면 18마일에 이른다는 뜻으로 이 서점이 소장하고 있는 책이 무려 250만 권이 넘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Strand Bookstore 창업자, Benjamin Bass, 현 운영자 Nancy Bass-Wyden과 그의 아버지
Strand Bookstore는 미국의 경제 대공항시절에도,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도 거뜬히 그 자리를 지켰고, 이후 대형 북스토어가 프렌차이즈로 운영되며 작은 서점들을 잠식하던 시기에도 잘 버텨냈던 곳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이 생존을 위협하던 시기에도 운영을 멈추지 않았고, 또 온라인 판매가 대세인 요즘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판매를 결코 멈추지 않은, 서점계의 재래시장과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낡고 오래된 책이 주는 눅눅하고 퀘퀘한 냄새를 즐기며 마치 보물을 찾는 심정으로 서가를 서성이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랬던 Strand Bookstore도 최근 COVID-19 장기화로 인한 타격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8개월이 넘도록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관광객마저 찾아오지 않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수익의 70% 이상 손실을 보고하며 정부 보조에 의존하다 급기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읍소하며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We need your help. This is the post we hoped to never write, but today marks a huge turning point in The Strand's history. Our revenue has dropped nearly 70% compared to last year, and the loans and cash reserves that have kept us afloat these past months are depleted. Swipe to read the letter from third-generation owner @nancybasswyden and find out how you can help #SaveTheStrand.
이 호소문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34번 가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뉴욕의 전설 같은 이 서점을 구명하기 위해 독자들과 소비자들은 아주 적극적이고 강렬하게 반응을 내놓았는데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한 호소문이 있던 그 주말에만 25,000건의 온라인 주문이 폭주해 Strand Bookstore 웹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고, 매장 밖으로는 책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줄이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Bronx에 사는 한 여성은 무려 197권의 책을 한 번에 주문하며 Strand Bookstore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탰다고 하죠. 약 2주간에 걸쳐 20만 불이 넘는 매출을 올린 Strand Bookstore는 SNS를 통해 감사의 메세지를 전했습니다.
https://twitter.com/i/status/1320060194173444098
미처 놓친 저간의 이런저런 사연은 많겠지만 이 짧은 에피소드에는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나누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종이와 활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지애(?) 비슷한 것이 담긴 것 같아 무척 흐뭇합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에 의한 이용과 지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한 한인들에게도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각종 선물용 아이템들이 가득하거든요. 캔버스 백이나 티셔츠, 모자, 장난감, 머그잔, 심지어 양말 같은 것들도 판매하고 있죠. 사이트를 방문해 연말 선물 쇼핑을 해도 좋을 것 같네요. 한 세기를 이어 온 의미있는 명소는 너나할 것 없이 함께 지켜낼 가치와 의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료 출처: Business Insider, strandbooks.com savestrandbooks.weeb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