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on Choi, Jazz Musician

빌 에반스가 연주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Waltz for Debby"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 숲’에는 재즈를 사랑했던 하루키의 일과가 담긴 문장이 있고, 그의 소설 여러 곳에는 재즈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가 작가로 등단하기 전이었던 20대 시절에는 직접 재즈 카페를 운영했을 정도로 하루키는 재즈를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특별하게 아꼈던 음악이 있는데 그곡이 바로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다. 재즈계의 쇼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빌 에반스는 동시대를 살았던 여느 재즈 뮤지션과는 달리 클래식한 음악과 반듯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지만, 약물 중독과 지병으로고통받으며 50년 남짓한 짧은 생을 살다 간 불운한 예술가다.

Courtesy of Bill Evans Official Instagram

Waltz for Debby

이곡은 1956년 빌 에반스가 재즈 뮤지션으로 데뷔할 당시 발표한 앨범 <New Jazz Conceptions>에 피아노 솔로곡으로 수록되었던 음악인데, 이후 여러 차례 녹음을 거치면서 1961년 뉴욕 빌리지 뱅가드에서 Bassist Scott LaFaroDrummer Paul Motian과 함께 연주한 트리오 버전 공연실황이 앨범으로 발매되면서 큰 주목을 받게 되었고, 현재까지 빌 에반스의 대표 곡 중 하나로 인정받는 곡이다.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가 젊은 시절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의 형 ‘Harry Evans’의 딸이었던 3살 난 조카, 데비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녀를 위해 작곡한 연주곡으로, 훗날 유명한 작사가인Gene Lees에 의해 아름다운 노랫말을 얻게 되고 Tony Bennett 이 목소리로 남긴 명곡이다. 빌 에반스의 음악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BILL EVANS: TIME REMEMBERED, THE LIFE AND MUSIC OF BILL EVANS"에는 Debby Evans가 말하는 그의 삼촌 빌 에반스에 대한 추억이 담겨있다. “빌은 나를 해변으로 데려가 주었고, 거기서 함께 수영을 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항상 진심을 다해 나를 아꼈으며, 나는 비록 어렸지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아이를 끔찍히 좋아했던 빌의 마음은 Waltz for Debby라는 음악을 낳았고, 순수하고 맑은 멜로디, 서정적인 한 편의 명곡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불후의 명곡으로 남게 되었다.



빌 에반스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가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권유했던 재즈계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 “빌 에반스는 피아노 앞에선 조용했다. 그가 가진 사운드는 반짝이는 선율 또는 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상쾌한 물줄기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클래식의 깊이를 재즈에 접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 빌 에반스의 음악은 재즈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교본이며 그 자신은 재즈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스승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스한 봄볕 아래서 머리를 나풀거리는 뛰어노는 어린 조카 Debby에게 자신의 사랑을 음악으로 담아낸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는 재즈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의 경쾌한 곡이다. 빌 에반스가 연주한 피아노 솔로곡, 1962년에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실황을 담은 앨범 <Waltz for Debby>의 트리오, 토니 베넷과 빌 에반스가 함께 노래하고 연주한 곡, 다른 재즈 뮤지션이 연주한 곡 등 다양한 버전이 주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글: Joon Choi, Jazz Music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