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 Choi Editor
살며, 사랑하며, 요리하며 The Bop Unnie, Mijung Han
미국의 저명한 교수이자 작가,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라는 책이 있다. 1982년에 출간되어 무려 40년 가까이 전 세계인의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으로, 누구든지 자기 삶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가능한 한 스스로를 더 많이 사랑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심 어린 조언과 다독임이 문장 마다 배어있는 따듯한 책이다. 많이 배우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한미정 씨를 만나면서 문득 필자가 대학 시절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감동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신뢰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그 책 행간에 담긴 사려 깊은 문장들을 필자에게 조목조목 되짚어 주는 듯 했다. 인터뷰 자리에 앉은 그녀는 시종을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다채로운 삶 이야기를 풀어 놓았고, 그중에서도 최근 그녀가 디지털 형식의 요리책을 발간하고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는 대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IT 시대에 발빠르게 보폭을 맞춘 그녀의 ‘디지털 쿡북’의 시작과 행보를 좇아보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삶 시작하기
대다수 이민자의 삶이 다 그렇듯 물설고 말설은 이국땅에서의 이민 초기 생활은 한미정 씨에게도 결코 녹록지 않았다. 대한민국 1% 우수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입시 학원 강사를 지냈고, 분당 중심가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며 소위 잘나갔던 한국에서의 기억은 다 잊어줘야 했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건너왔고,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너무나 급작스럽게 변화한 삶에 그녀 스스로도 낯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7년 11월, 그녀는 미국으로 왔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지금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여느 워킹맘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을 분주하게 살고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뉴저지 중부에 위치한 Cranford 라는 타운에서, 온 동네을 다 털어도 한국 사람이 10가구도 채 되지 않는 적막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 토박이 백인 이웃들은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했지만, 입이 선뜻 열리지 않아 그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고 학원에서 강의를 하거나 과외를 하느라 온종일 입 닫을 새가 없었던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정도로 말없이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따금 30-40분 정도를 운전해 한인타운을 돌며 장도 보고 맛있는 한식을 먹으면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이는 듯했다. 남편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생활이 이어지자 남편에게도,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올무에 갇힌 것 같은 삶을 타계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되면서 한인타운이 있는 Bergen County로 이사를 했다. 그사이 생긴 두 아이들 육아에, 새롭게 뛰어든 비즈니스, 그리고 한동안 인척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 가 계셨던 시어머니의 귀국으로 인해 그녀의 무료했던 이민 초기의 삶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비즈니스에 마음 쏟기
육아를 시작으로 경력 단절의 전업주부의 삶이 전개되면서 그녀는 깊은 고민과 갈등을 마주했다. 어린 시절 경제적 결핍을 경험했던 한미정 씨는 그저 무용하게 비생산적으로 사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고, 더욱이 반복되는 육아 중심의 삶만으로는 늘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기갈이 느껴졌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도모하며 사회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삶을 그녀는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주변을 돌아보며 비즈니스를 구상하던 중에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손쉽게 할 수 Amway라는 네트워킹 사업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비즈니스는 어느덧 10년 경력의 유능한 리더로 그녀를 변모 시켜 놓았다.
한미정 씨는 Amway에서 판매하는 건강 냄비 세트의 사용 방법과 활용도를 다양하게 소개할 목적으로 쿠킹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유투브 채널 운영을 병행했는데, 하다보니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클래스가 어려워져 줌을 이용하다보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온라인 쿠킹 클래스로 전환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품을 좀 더 쉽게 소개할 목적이었지만,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다 보니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의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고,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몇 해 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해 둔 맨해튼의 Hudson Yard자신의 아파트에서 외국인 대상의 쿠킹 클래스를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디지털 시대, 디지털 쿡북 론칭
우연찮게 시작했던 쿠킹 클래스는 K-Pop과 K-Food 덕에 탄력을 받으며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며 진행했던 쿠킹 클래스의 요리 레시피들은 유튜브 채널 목록 찾기로는 버거울 정도로 쌓여갔다. 어느 정도 분류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리를 하다 보니 지금도 새롭게 유튜브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레시피를 찾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지털 북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고, 먼저 자신이 개발했던 메뉴를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고 레시피를 정리한 뒤 1차적으로 한식 요리 10개를 하나의 책으로 묶어 디지털 쿡북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마쳤다. 하드 카피 요리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있기도 하고, 또 더러 분실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 북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열어 볼 수 있다는 편리함에 착안했다는 그녀는 현재는 소스 종류만 따로 소개하는 책자발행을 준비하면서 The Bop Unnie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도 만들고 주변에 좀 더 알리기 위해 지난달 디지털 쿡북 런칭 파티도 열었다.

메뉴 개발, 쿡북 발행, 그외 계획들
쿠킹 클래스 현장에 참여했던 수강생이라 할지라도 모든 요리 과정을 다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레시피 노트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간간히 었어왔던 터라 지금의 디지털 쿡북 발행은 결과적으로 잘 한 일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그녀는 일의 물꼬를 터놓고 보니 요즘 요리에 관심 갖는 아이들이 많아 아이들 클래스로 시간을 확대하는 한편, 각각의 아이들이 만든 요리를 자신의 이름이 담긴 디지털 쿡북으로 만들어 줄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또한 쿠킹 클래스가 인터넷을 통해 영어권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내 한국음식에 대한 홍보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쿡북을 발행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구매자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컨테츠가 많이 채워지면 좀 더 폭넓게 홍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강 냄비의 용도와 장점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시작했던 요리 클래스가 어느덧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쌓아 온 만큼 스스로 신념을 갖고 잘 꾸려가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바로 레시피 개발이라고 그녀는 나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각각의 클래스에서 소개할 메뉴를 만드는 일, 그 메뉴에 가장 적절한 재료를 선택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냄비의 장점인 '빠르고 쉬운 요리'라는 가장 핵심적인 컨셉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메뉴에 대한 고민은 그만큼 더 깊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엇이든 쉽게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성격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미정 씨의 쿠킹 클래스는 매 주 목요일 아침 11시에 시작하며, 요리 현장인 자신의 집 주방으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고, 대다수는 줌을 통해 동접으로 이루어 진다. 그 외에는 각자의 스케쥴에 맞게 유투브 채널을 통해 재시청하며 구독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중이다.
비즈니스를 통한 삶의 지경 넓히기
그녀가 말하는 Amway 비즈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소비의 욕구가 충족됨과 동시에 수익이 창출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 비즈니스는 큰 자본이 드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더욱더 풍요로워졌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고 한다. 물론 경제적인 유익도 배제할 수 없지만, 사실 비즈니스는 종합예술과 같아서 더 나은 비즈니스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더욱 확대되어 가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삶이 풍요해진다는 것이 그녀가 이 비즈니스를 좋아하는 이유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한미정 씨는 주로 자기 계발서를 자주 읽는 편이며,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자신의 삶에 지식과 지혜로 적용될 때 독서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가장 영향을 받은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빌 게이츠가 극찬한 단 한 권의 자기 계발서인 캐롤 드웩(Carol S. Dweck)의 ‘마인드 셋(Mindset)’을 꼽았다. 자신의 고정 관념을 넘어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인간은 얼마든지 성장 가능한 존재라는 데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누구든지 자기 안에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고 목표를 향해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는 삶
흔히 4차 산업 시대라 일컫는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네트워킹이 큰 자원이 되는 시대다. 소수의 측근들과 달콤한 시간만 보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급변하고, 인간관계가 확대되는 만큼 내 활동의 바운더리도 넓어질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의 비즈니스를 결코 손 놓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늘 열린 마음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가능한 한 자신 주변의 모든 사람이 함께 부요해지기를, 소위 ‘다 잘 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바램이라는 한미정 씨는 모든 비즈니스가 결국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 최근 미주지역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서 ‘깨달음’에 관한 공부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살며, 사랑하며, 요리하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미래지만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 해 사는 삶에는 결코 후회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성실히 비즈니스를 하고 더불어 메뉴 개발과 쿠킹 클래스 진행, 또 쿡북을 만들어 나누는가 하면,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매일매일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는 버스카글리아 식의 스스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념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며,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리고 요리로 소통하는 한미정 씨, 그녀의 디지털 북 책꽂이에는 앞으로 새롭게 선보일 요리책들로 넉넉히 채워져 갈 것이다.

The Bop Unnie Homepage https://www.thebopunnie.com/
Interview Young Choi,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