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nt Jung, Writer

소년들의 로망, 타협과 좌절 사이 Essay by Clint Jung

유년 시절부터 소년들은 쉽게 타협을 배운다. 꿈에 대해서. 장래 희망 또는 소망이라도. 그것이 과시나 소유에 해당하는 것들이라도. 끊임없이 스스로 타협하는 것을 체득하며 적응해 간다. 소년들의 로망은 일찍 시작된다. 특히 영상매체를 통해 첫사랑을 키우곤 했다. 극장이나 비디오 스토어의 영상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접했던 소년들은 쉽게 빠져들고 쉽게 바뀌기도 하면서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가장 맞는 접점을 찾아갔다. 이성을 제외하고 예를 들어본다면, 대략 힘과 기계 장치 또는 이동 수단에 관한 것들로 축약해 얘기해 볼 수 있다.

<원더우먼>을 사랑하지만 내색할 수는 없는, 숫기 없던 소년들은 주로 보자기를 둘러매고 <슈퍼맨>을 꿈꿨다. 절대적 힘을 선망했지만, 존재 자체가 신과 같던 칼엘, 클라크 켄트는 벽이 너무 높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눈높이를 인간인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으로 낮추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을 꿈꾸는 이들은 별로 없는데, 피터 파커는 빈털털이였으니까. 어쨌거나 인간계의 슈퍼히어로들조차 부와 권력의 위치가 첨예하게 높다 보니, 대다수의 소년은 왠지 쉬워 보이는 이소룡, 성룡, 이연걸이 활약하는 마셜아츠의 세계로 방향을 틀었다. 쌍절곤을 돌려보고 소림사의 무술 훈련법을 흉내 내지만 무도의 길도 만만치 않다고 깨닫게 된다. 웨스턴 무비 또는 홍콩 누아르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연기해 보거나,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되겠다고 막대기를 구해 무작정 휘둘러 보기도 했다.


육체의 단련은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다. 그 깨달음과 더불어 70-80년대 <태권브이>, <마징가 제트>, <마크로스> 등의 거대로봇 만화영화의 세례를 받은 소년들은 조종사나 로봇공학자를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차세대 에너지를 이용한 거대로봇이라니. 그 목표는 체감상 공학계의 슈퍼맨이 되야하는 것 같은 괴리감이 있었다. 청소년기로 들어가면서 좀 더 실현가능하게 하향 조정 시킬 수 있는 목표가 생기는데, 대표적으로 전투기 조종사가 있다. 올해 36년 만에 2편이 개봉되어 화제가 되었던 1986년 오리지널 <탑건>이 첫 불씨를 댕겼었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전투기에 눈이 돌아가게 하더니, TV에선 또 다른 전설의 만화영화 <지옥의 외인부대-원제:에어리어 88>이 상영되어 소년들은 유체 이탈을 했었다. 우습겠지만 이를 계기로 공군을 지원하거나 비행사나 개발자의 꿈을 꾸고 실제로 이룬 사례들이 인터넷에 적지 않게 등장한다. 그러나 전투기는 목숨을 담보로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대다수는 꿈을 다시 하향 조정시켜 자동차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슈퍼카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포츠카까지는 현실적인 드림카가 되었다. 이 꿈이 대표적인 로망이 되기까지는 <007>의 슈퍼카들과 1985년작 <백투더 퓨처>에 등장한 타임머신 드로이안 자동차(DMC DeLorean)의 힘이 컸다. 올해 7월, 현대에서는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슈퍼카 ‘N Vision 74’란 주행가능한 컨셉트 카를 공개하였다. 이 차는 1974년 당시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였던 주지아로가 디자인했었으나 기술 문제로 양산을 포기했던 현대의 최초 컨셉트카 포니 쿠페(Pony Coupe)의 디자인 설계를 토대로 발전시킨 70년대 레트로 컨셉이었다. 또한 <백투터 퓨처> 드로이안의 디자인을 계승한 것처럼 보였으나 주지아로가 두 차량을 모두 디자인했음이 알려졌고, 포니 쿠페 디자인이 오리진이었음이 밝혀져 유투버 인플루언서들을 놀라게 했다. ‘N Vision 74’의 등장은 모두에게 잊혔던 로망이 삼십여 년 만에 재림하는 순간과 같았다.

<백투더 퓨처>엔 당시 소년들을 사로잡는 세 가지 아이템이 등장했었다. 자동차, 일렉 기타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그중에 가장 바로 실현 가능할 것 같은 아이템은 스케이트보드였다. 소년들은 현실과 타협해갔고 현실적 목표는 더욱 하향 조정되어갔다. 스케이트보드는 이 영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닌자 터틀로 한 번 더 인기를 끌었는데, 근래에 보았던 인생 영화 2013년작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에 다시 소품으로 등장하여 식었다고 믿었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마음은 여전히 소년이었던 것이다.


늦은 나이에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려고 생각하니 막막하긴 했다. 지인들도 다치거나 부러지기 십상이니 좀 더 안전한 운동을 권했다. 다시 현실과 타협을 할 시간이 돌아왔다. 홈트 도구로 사용하는 밸런스 보드를 구입했다. 코어 힘을 좀 키우고 자신감이 붙으면 46인치의 잘빠진 롱보드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밸런스 보드와 씨름하다가 골반을 삐끗했다. 정확히 기술하자면 골반 끝 엉덩이 근육인 중둔근이 부상당했다. 치료를 받으며 보드 구입은 잠정적으로 먼 훗날로 미루는 타협안이 나왔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의 목표에서 추락한 로망은 밑바닥인 보드까지 내려왔는데, 더 내려갈 곳이 있을까. 여전히 좌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시도는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군가 전기 스쿠터나 타러 파크에 나가자고 하면, 난 보드를 탈께라고 말할 때까지.


Clint Jung, Writer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



참고 자료:

https://youtu.be/ZEV0lfLDjPU -New Hyundai N Vision 74 (Driving)

https://youtu.be/qvsgGtivCgs -Back To The Future Trailer

https://youtu.be/HddkucqSzSM -The Secret Life of Walter Trailer

https://youtu.be/_fomtI8Fq14 -Long Board Riding Clip

https://youtu.be/AuCv9DV2Nbc - Long Board Riding Clip

https://youtu.be/ZArLQGcaAeE -Balance Board Tutorial for the beg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