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Young Choi Editor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신순규 작가 인터뷰

거짓말처럼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새 두 해를 넘기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세상이 다시 어수선해졌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심각한 병증에 노출된 사람들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힘겨운 사투를 벌일 만큼 삶이 어려워졌지만,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은 바이러스의 위험성마저 무감각하게 느낄 만큼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희망하기보다는 하릴없는 무력감 앞에 주저 앉아 있는 기분이 들던 즈음, 나는 신순규 작가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만났다. 아마도 누군가의 깊고 따듯한 위로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증권 분석가로 일하는 신순규 작가에게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출현은 누구보다 민감한 문제로 피부에 와닿았을 것이다. 애널리스트로서 투자분석을 통해 견고한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이고 보면, 세상을 뒤집을만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모르긴 해도 이전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예상치 못한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느낄 수 없는 증권가에서의 총체적 위기감, 그리고 천재지변과도 같은 현실 앞에서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애널리스트의 감각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그의 경험과 사유들을 그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속에 오롯이 기록하고 있었다.


몇 해 전 <눈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표제의 첫 번째 수필을 발표해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던 신 작가는 그동안 북 콘서트, 세바시 강연, 그리고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로 바쁘게 활동해왔다. 본업이 증권 분석가인 만큼 일상으로 돌아온 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지내는 동안 틈틈이 두 번째 수필을 준비하였고 지난해 출판사 판미동을 통해 출간했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집필하게 된 배경, 그리고 책과 관련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와의 필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략한 그의 프로필과 인터뷰 내용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신순규 작가


신작가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로 하버드와 MIT를 졸업하고 현재 월스트리트의 세계적인 투자은행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rown Brothers Harriman)에서 일하는 증권 애널리스트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타이틀보다는 한 사람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 또 친구로, 그리고 공동체의 동료로서의 역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하고 소탈한 사람이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9년 살까지는 가족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며 여느 소년과 다름 없는 삶을 살았지만, 아홉 살에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뒤로는 눈으로 보던 이 전의 세상과는 달리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삶을 살게 된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맹아학교의 행사 일환으로 열세 살에 미국 순회공연에 참여하게 되고 이후 오버브룩(Overbrook) 맹학교의 초청을 받아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미국 유학생활이 시작되면서 그의 삶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오버브룩 맹학교를 다니던 중 음악에 대한 역량이 모자란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일반 고등학교로 진로를 바꾼 뒤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장애를 어려움으로 여기지 않고 고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을 지낼만큼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 하버드, 프린스턴, MIT, 펜실베이니아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 동시 합격했고, 그중 하버드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는 합격생 중에서도 톱에 속하는 ‘전국 장학생(National Scholar)’과 ‘벤저민 프랭클린 장학생’에 뽑혔다.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MIT에서는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장애인에게 장벽이 있는 직업을 연구하다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에 대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내가 첫 성공사례 되자.’고 결심하고 교수의 길 대신 투자은행 JP모건에 들어가 신용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금융 분야의 최종 자격증’이라 불리는 CFA를 취득했으며, 현재까지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금융 기관들과 미국 재력가들이 투자고객으로서 찾는다는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주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시각장애와 난독증 학생들에게 녹음교과서를 제작 제공하는 러닝 앨라이(Learning Ally) 이사, 플라잉 해피니스(Flying Happiness)와 미국 유학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을 돕는 야나(YANA) 선교회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6년 전 처음으로 발표한 수필집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21년 두 번째 책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발표하였다.

인터뷰


Q: 베스트 셀러였던 첫 번째 책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이후 얼마 만에 두 번째 책을 출간하신 건가요?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발행하셨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첫 번째 수필집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을 2015년 10월에서 2021년 7월에 발표하였고,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거의 6년이 걸렸습니다. 원래는 훨씬 더 일찍 완료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습니다. 첫 번째 책이 워낙 잘 받아들여져서 그랬을까요? 두 번째 책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코로나라는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펜데믹을 견뎌내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뚜렷해지면서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분열의 팬데믹도 심해져 가고 있는 요즘, 저의 책이 독자님들께 격려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은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오신 작가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어떤 내용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은 시각장애인으로서, 이민자로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갈 때, 즉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갈 때 느꼈던 것들을 기록한 것이고, 그러한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모든 사람들, 그러니까 코로나를 겪으면서 힘들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삶의 변화가 많고 혼란스럽고 희망이 희미합니다. 애널리스트로서 기업의 견고함을 분석하면서 투자하다 보니 삶의 견고함의 가치들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삶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견고한 삶을 위한 가치들을 의미합니다. 요즘 우리가 듣는 뉴스, SNS에 떠도는 말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그 말들의 무게를 낮추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때, 발견할 수 있는 유용한 가치들을 옮겨놓은 책입니다.


Q: 이 책은 33개의 키 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별히 33개의 가치를 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책을 계획하면서 가치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서 써나간 것은 아닙니다. 위의 말씀 드린 테마로, 나를 견고하게 해준 것들에 대해 쓰다 보니 33개의 키워드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내게 있어야 할 것들과 내가 조심해야 할 것들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며 키워야 하는 가치들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Q: 33개의 가치 중에서도 책 전반에 흐르는 핵심 가치는 ‘견고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이 이 책에서 정의하시는 ‘견고함’은 무엇인가요?


A: 견고함이란 단어만 보면 탄탄해서 무슨 압력이나 타격이 와도 흔들리거나 약해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견고함은 삶의 소중한 것들 (가족, 꿈, 신앙, 사명 등)을 꾸준함과 유연성 등을 통해 지켜내는 것을 말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성과나 실적 등이 타격을 입지 않은 기업들이 드물지만, 그래도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는 기업들이 있듯이, 삶의 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내는 인격체를 희망하며 책을 썼습니다.


Q: 처음 발표하셨던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나 두 번째 책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두 권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말라는 조용한 권유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작가님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서로(Each Other)’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배우자, 자녀, 부모,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무의미한 말과 행동 등으로 너무 많은 열정을 낭비합니다. 평화, 자유, 이웃 사랑 등을 추구하는 마을 한가운데에 큰 스크린을 세워놓고 세계 뉴스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문 등을 계속 방송해대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을텐데요, 우리는 자발적으로 이런 환경을 우리 집에, 차에, 방에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서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마음을 썼으면 하는 바람으로 ‘서로’라는 단어를 꼽겠습니다.


Q: 가벼운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벌써 두 권의 책을 발표하신 ‘작가’, 세바시 무대에 서신 ‘강연자’, 매일 경제, 조선일보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계시고, 또 원래 직업은 월가의 ‘애널리스트’이시죠. 그리고 뉴저지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YANA의 ‘이사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의미 있을 일을 하고 계신데요, 이 많은 정체성 중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으신지요? 이유는요?


A: 아직 멀었습니다만, 결국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글 쓰는 과정이고요, 저의 노력으로 독자님들께 동기부여(motivate)가 되고, 감동(inspire)을 주고, 위로(comfort)와 격려(encourage)가 되어 삶이 바뀌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을 ‘MICE’로 부릅니다.

Q: 평소 독서를 얼마나 하시는지요? 작가님께서 느끼시는 독서의 유익이나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애널리스트 일을 하고 있지만 지식 습득을 위한 논픽션보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픽션을 더 많이 읽고 즐깁니다. 항상 저의 오디오북 플래이리스트에는 이미 읽었던 책들이나 아주 좋아하는 책들과 새로 읽는 책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읽었던 책들은 좀 쉬고 싶을 때 듣는데요, 꼭 다른 이들이 음악을 즐기는 것처럼 저는 이야기를 즐깁니다. 또 새로 읽는 책들은 제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삶을 경험하는 대행 수단이라고 봅니다.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요즘은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는 픽션이 그런 것을 가능케 하는 통로가 됩니다.


Q: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팬데믹의 어려운 시기 가운데 의기소침해진 저에게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주는 잔잔한 위로이자 격려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들에게 작가로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현재가 어렵거나 미래가 불투명할 때, 삶이 이런 상황에서 변하지 않을거란 두려움이 마음의 큰 짐이 될 때, 펼쳐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제자신에게 격려와 위로 그리고 힘을 주기 위해 쓴 글이 많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초기에 두어 달만 견디면 괜찮아질거라고 아내에게 말했었습니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올해 초에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목표로 했고, 델타가 세상을 또 한 번 더 흔들어놓았을 때는 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가항력적인 갑작스러운 해프닝이나 불투명한 미래는 이번 팬데믹처럼 시작과 끝이 불확실합니다. 견고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기고, 마음과 몸과 영적인 준비를 해야합니다. 약한 바람에도 위태로워지는 촛불보다 큰 바람을 만날 수록 더 커지는 불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이 살면서 만나는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