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na Huh Editor

이승철 ’Mother’ 그리고 김유신 작곡가의 음악 이야기

양 옆으로 놓인 신디사이저와 음악 장비들. 머리에는 플랫 캡을 쓰고 헤드폰을 낀 그의 모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뮤지션의 아우라가 배어 있다. 김유신 작곡가, 그는 이승철의 정규 앨범 12집에 수록된 ‘마더’를 공동 작사, 작곡했으며, 단편영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두 개의 음반을 발표한 베테랑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마치 따듯한 오후 햇살 아래에서 오랜 지인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고, 그저 묵묵히 음악 한 가지만을 생각하는 소년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하고, 또 음악 속에서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잔잔한 열정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5월 Mother’s Day를 맞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 엄마를 향한 그의 애정이 오롯이 담긴 ‘Mother’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작곡한 그의 음악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작곡가 김유신 씨

작곡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작곡가 김유신입니다. 한국에서 장로회 신학 대학교 음악학과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25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버클리 음대 (Berklee College of Music)에서 영화음악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뉴저지에서 음악을 만들며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그리고 CCM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쉬빌 녹음실에서 뮤지션들과 함께(오른쪽)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어렸을 때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체부터 여러 가지 조건들에 제약이 있었죠. 특별한 계기라고 하기에는 사연이 좀 부족하지만, 아버지가 목사님이신데 당시 개척교회를 하실 때 금요일마다 오시던 다른 교회의 성도님이 계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었을 때 그분이 운영하시는 피아노학원에 다니면서 처음 음악을 공부하게 된 것 같아요. 그즈음에 광주에서 피아노학원을 하시던 고모가 제가 쓴 곡을 들어보시고 청음 테스트를 해보시더니 재능이 있다고 음악을 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런데 제 삶을 돌아보면 어떤 모양이었든 항상 음악의 울타리 안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작은 교회의 목회자로 계신 부모님 덕분에 반주도 하고 특송도 하고 아무래도 인원이 적다보니 트럼펫, 클라리넷 등의 악기들도 접하며 자라게 되었죠. 일 년에 한번씩 인천 남동공단이라는 곳에서 아버지께서 주관하신 큰 행사에 밴드로 참여하면서 음악과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이승철 Mother Single Album

가수 이승철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발표하신 Mother라는 노래는 어떤 곡인가요?

제가 자란 환경은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어요. 당구장, 중화요리, 다방, 문방구, 이발소 등으로 구성된 건물 한 층에 아버지가 목회하시던 교회가 있었고 그 안에 단칸방 하나를 집으로 개조해서 살았거든요. 가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저희집을 방문하셔서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안쓰러워 하셨는데, 두 분이 다녀가시고 나면 저희 어머니의 표정은 늘 어두워지셨어요. “이럴 거면 오지 마시지 왜 꼭 저렇게 걱정하시며 다녀가시는지 모르겠다”며 슬퍼하셨죠. 나중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다른 형제는 여행도 보내드리고 용돈도 드렸는데, 이제는 나도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 난 이제 어떻게 하나”시면서 슬피 우셨죠. 당신의 엄마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우리 엄마. 결혼해서 자기 이름고 없이 우리를 위해 살아가신 우리 엄마, 자신의 삶 대신 우리에게 다 주려는 모습의 세상 모든 엄마들을 생각하며 이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수 이승철씨와는 어떤 계기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요?

제가 아는 지인이 제 곡을 들어보고 가수 이승철 씨에게 전달해 주었고 이메일을 통해서 함께 곡을 완성하게 되었어요. 거의 100통 정도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곡을 수정하고 작업했었죠.

캐나다 공연 후 이승철 씨와 함께

Mother가 수록된 앨범이 200곡 가량을 받아 추려진 앨범이라고 들었어요. 이승철과 콜라보한 곡 ‘Mother’는 작곡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그러게요, 잊고 있었는데 200곡 중에서 선발되었던 곡이었네요. 이 곡은 단지 제 개인의 엄마 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렸을 때 동네에서 어머니들이 모여 이야기하실 때 서로를 누구누구의 엄마라 부르곤 하셨는데, 그 어머니들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갖고 계셨던 분들이잖아요. 제가 자식을 키워보니 온갖 사랑과 정성을 다해 키우게 되던데 당시 그 어머니들도 누군가의 귀한 딸로 사랑 받으며 자라셨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의 엄마나 누구의 아내로 불린다거나 여자가 아닌 그저 누군가의 엄마의 삶을 살고 계시구나 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았어요. 작은 바램이지만 제 곡을 통해 엄마들에게 자신도 ‘보배 같은 딸이었을 때’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그저 ‘엄마’라는 이름 뿐만이 아닌 한 사람의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게 되기를 소망하는 그런 의미가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을 들은 어머니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또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어머니께서는 이 곡이 자신의 이야기라 그런지 우시더라고요. 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 힘이 된다는 분도 계셨고 자신도 잊고 살아가던 과거가 생각나서 서럽지만 그래도 위안이 된다는 분도 계셨고, 정말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어요. 예전에 가수 이승철 씨가 쇼케이스를 할 때 저희 부모님을 초대해서 참석하신 적이 있었어요. ‘마더’를 들을 때 어머니가 공연을 정말 신나고 즐겁게 즐기시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현재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요?

네, 일단 내년 5월 즈음 LA에 있는 교회에서 200명 정도가 출연하는 “King David”라는 뮤지컬의 음악을 맡았어요. 팀을 꾸려서 곡을 작곡하고 반주 파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27개의 다양한 노래와 13개의 BGM을 만들고 있는데 작업량이 많다보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또 George Eckhardt라는 카바렛 음악을 쓰신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계신데요, 그분의 곡 몇 개를 편곡하고 있고, 제주도와 토론토에 계시는 가수분들을 위해 작곡, 편곡, 프로듀싱하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 올해부터는 트로트를 쓰고 있어요. 개인 숙제처럼 하루에 3곡의 Easy listening Music도 녹음하고 있고요. 또 다른 곡들을 작업해서 가수분들과 컨택하는 상황인데 제 곡을 잘 표현해주실 가수분을 만나 곡도 빛나고 사랑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 있으시다면요?

제가 쓴 곡 중 세월호 영상을 보며 유가족의 한마디 한마디를 모아 제 생각을 더 해 썼던 ‘끝인 줄 알았다면,이라는 곡이 있어요. 그리고 한국의 자살율이 너무 높아 제 곡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길 바라며 쓴 ‘살아보니 살아지더라,’ 라는 곡도 있구요. 또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기보다는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기에 힘겨워할 때가 많은 것 같아 쓴 ‘나의 길,’과 같은 음악이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그런 공감의 음악이 될 때 가장 보람이 있죠. 공감하는 작곡가, 소통하는 작곡가가 되는 게 저의 꿈이거든요. 누군가 제 곡을 듣고 위로를 받았다던가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는 계기가 되었다던가 도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큰 보람과 희망이 되고 또 새로운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이 기대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저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로 뛰는 그런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영화 음악 작곡가가 되어 자선사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조급해지기도 하지만 차분히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차근차근 쌓아나가고 싶어요. 사람의 관심을 확 끄는 화려한 음악이 아니어도 잔잔한 드라마 배경 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다큐멘터리 음악도 작업하고 싶고요. 음악이 주도하는 게 아닌 영상을 도울 수 있는 장르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도 싶습니다. 또 저의 음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물질적으로 소외된 분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곧 Mother’s Day가 다가오는데 선물은 준비하셨나요?(웃음) 혹시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어머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늘 죄송하고 아쉽죠. 하루에 두 번 정도 영상 통화를 하며 일상처럼 늘 제 삶을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중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자주 왕래하며 여행도 다니고 두 분 이름으로 된 단체나 선교 센터를 세워드리고 싶어요. “Happy Mother’s Day 엄마!!”


5월 가정의 달에 특별히 준비한 인터뷰 자리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곡가님의 음악 ‘Mother’를 통해 늘 그림자처럼 자식을 사랑해주시는 세상 어머니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5월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글 Nana Huh,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