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on Choi, Jazz Musician
추수감사절에 듣는 재즈 한 곡, Stuffy Turkey-Thelonious Monk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특정 휴일이나 시즌에 맞게 재즈 음원을 분류해놓은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재즈 음악이랄지 발렌타인 데이에 듣기 좋은 이지 리스닝 재즈(Easy Listening Jazz) 등 재즈에 깊은 이해가 없더라도 시의적 무드를 반영하고 쉬운 접근성을 고려해 임의로 분류해놓은 것들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11월의 가장 큰 휴일인 추수감사절에는 딱히 이렇다 할 특징적인 곡이 많지 않다. 물론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말이다. 그나마 음식에서 제목을 딴 Dizzi Gillespie Quintet의 ‘Salt Peanuts’ 나 Bill Henderson, Oscar Peterson Trio의 ‘Gravy Waltz’ 등 몇몇 곡들이 있고, 루이 암스트롱의 ‘All the meat and no potatoes’와 같이 얼핏 보아 음식을 다루는 것 같지만 내용은 좀 불량스러운 Dirty Song이 떠오른다. 그래도 흔치 않은 추수감사절 재즈 음악 중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곡을 꼽으라면 바로 텔레니어스 몽크(Thelonious Sphere Monk)의 Stuffy Turkey를 들 수 있다.

재즈계의 전설로 불리는 텔레니어스 몽크는 굳이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가장 위대한 재즈 뮤지션이다. 100년이 넘는 재즈 역사에서 스윙으로 대표되던 초창기 재즈시대에 비밥이라는 새롭고 독창적인 형식을 탄생시킨 인물이자 그야말로 명곡 제조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그야말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연주 자체로도 이미 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지만 그의 독특한 연주 방식, 극적인 퍼포먼스 역시 최고의 연주와 함께 관객을 매료시키는 볼거리다. 일테면 느닷없이 피아노를 툭툭 친다던가, 연주 도중 극적인 적막을 유도하기도 하고 마치 피아노 속으로 끌려들어갈 듯 미친듯이 몰입해가는 연주 방식 등 음악과 상황 그리고 그때그때의 자신의 기분을 최대한 표현해내는 그는 ‘괴짜 뮤지션’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뮤지션이다. 재즈 평론가 필립 라킨(Philip Larkin)은 ‘텔레니어스 몽크의 음악을 조화되지 않은 각진 멜로디들의 하모니(full of dissonant harmonies and angular melodic twists)’라고 평가했다. 그야말로 조화로울 수 없는 각각의 노트들을 깊이와 기교와 스킬로 묶어 하나의 완성된 음악으로 빚어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수많은 대표곡, 전설적인 연주 실황,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명성, 그리고 그의 불운했던 죽음 등 몽크에 관한 이야기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많지만, 언젠가 좀 더 쉬운 접근으로 소개하기로 하고 11월 추수감사절을 위한 그의 음악 Stuff Turkey를 소개한다. 텔레니어스 몽크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유명한 곡들이 너무 많다보니 ‘Stuffy Turkey’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지만 재즈에서 몇 안 되는 칠면조를 주제로 한 곡으로 추수감사절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 데는 가장 적절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원래 1964년 컬럼비아 음반 ‘It's Monk's Time’의 사이드 A에 수록되어 있던 곡이다. 찰리 라우스(Chalie Rouse-Tenor Saxophone), 부치 워렌(Butch Warren-Bass), 벤 라일리(Ben Riley-Drum)와 함께 퀄텟트로 연주한 곡이며 음원의 3:25초 경에 시작되는 텔레니어스 몽크의 즉흥 연주는 비교적 잔잔하면서도 반복 효과로 여운이 오래 남는 곡이다. 적당히 흥겨우면서도 추수감사절의 중요한 순간들을 잠식하지는 않을 정도로 차분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콜먼 호킨스(Coleman Howkins)의 ‘Stuffy’라는 곡을 원곡으로 하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재즈계의 전설 텔레니어스 몽크의 ‘Stuff Turkey’를 들으며 더욱 의미 있는 추수감사절을 보내시길 바란다.
글: Joon Choi, Jazz Music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