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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덕후들의 커피가 있는 오후, McNulty’s Coffee Company

에린 마이스터(Erin Meister)가 쓴 뉴욕 시티 커피(New York City Coffee)라는 책에는 ‘뉴욕커의 에너지원은 바로 커피’라는 대목이 있다. 그만큼 뉴욕커들과 커피는 따로 떼어 설명하기가 어려울 만큼 긴밀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한적해진 뉴욕시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골목마다 줄지어 들어선 노천 카페들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따금씩 스카프나 가디건을 두른 사람 한 둘이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10월 카페 덕후들은 뉴욕의 커피 문화가 처음 정착했던 빌리지를 다시 찾았다. 이곳에 처음 터를 잡았던 커피상들과 카페들은 도시가 점차 발달하면서 임대료 상승에 떠밀려 현재는 부룩클린 외곽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1895년 빌리지에 정착한 후 여전히 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있는 커피 컴파니 맥널티(McNulty’s Coffee & Tea Company)는 빌리지의 터주대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20년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긴 동일한 간판, 커피나 티(Tea)의 무게를 재던 낡은 구식 저울, 가게 벽면은 오픈 당시의 나무 선반이 그대로 있고, 선반 위로는 온갖 티들이 진열되어 있다. 또 계산대 뒤로 놓인 나무로 만든 카드 카탈로그에는 커피 선호도와 함께 단골 고객의 이름이 촘촘히 적혀 있고, 막 배달된 듯한 커피콩이 담긴 묵직한 자루들이 입구에 넉넉히 쌓여있다.

샵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커피를 오더하기 위해 레지스터로 다가갔다. 한 중국계 남자가 계산을 도와주겠다며 말을 건넨다. '맥널티는 커피와 티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라 중국계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걸까?' 사소한 의구심이 그와의 긴 대화로 이어졌다.


맥널티 커피 컴파니는 1895년 처음 가게를 오픈했던 오너에 의해 운영되다가 이후 몇차례 새로운 매니지먼트를 거쳐 1967년에 Towarts라는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Towarts 역시 약 3년 정도 맥널티를 운영하게 되는데, 이때 한 중국계 청년이 이곳에 종업원으로 취업해 3년을 그와 함께 일했다. 그러다 Towarts가 맥널티를 매매할 뜻을 비추자 이 중국계 청년이 자신의 아버지인 Mr. Wong씨와 상의한 끝에 가게를 매입하고 운영권을 소유하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이곳을 지키는 운영자가 된 것이다.

당시 맥널티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사람은 오늘 덕후들이 만난 Mr. David Wong 씨의 형이었고, 맥널티의 소유권을 인수했던 분이 그의 아버지다. David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주말마다 맥널티에서 아버지를 도와 일했으며, 현재 맥널티의 오너로서 뉴욕 첫 커피상의 전통과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따금씩 David씨의 조카들이 와서 샵 일을 돕기도 하는데, 어느새 3대를 이어 맥널티의 가계가 계승되고 있는 중이다.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 커피를 판매했던 David씨의 경험에 의하면 80년대 초반에는 미디엄 로스트의 콜롬비아와 자바 커피가 인기가 높았고, 점차 맛이 강한 다크 로스트 커피로 변화했다고 한다. 다크 로스트는 맛이 강하기 때문에 커피가 주는 매력을 구별하여 즐기기가 어려우니 중간 로스트를 추천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맥널티 커피 컴파니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커피는 French Roast Java Mountain Supreme, Italia Roast Sulash, Guatemala Antigua 등으로 이들은 모두 저산성 커피라 맛이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커피는 어떤 기계를 통해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David 씨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는 French Press를 이용한 진한 커피다. 그러나 혹, 부드럽고 마일드한 커피를 원한다면 필터를 통해 커피의 왁스와 기름을 제거해주는 Hand Drip Coffee가 가장 맛있다고 조언한다.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가장 완벽한 커피를 위한 정확한 비율과 커피를 만드는 방법 등을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 David 씨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어려움 중에도 맥널티의 커피와 티를 찾는 고객은 꾸준하다며 곧 문을 닫거나 이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오랜 전통은 오너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기에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재빨리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120년 맥널티의 역사는 커피와 차 향기로 가득 채워져 있고,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뉴요커들이, 혹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공간을 서성이며 그 향기에 취했을 것이다. 카페 덕후들은 아주 잠깐 마스크를 벗고 맥널티의 냄새를 들이켰다. 오늘은 신맛이 적고 차와 같이 깊은 맛이 특징인 수마트라 만델링 커피 향이 매장 안을 뒤덮고 있다.


Young Choi Editor

All Photos by TOUCH storylab & McNulty's Coffee Company official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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