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on Choi, Jazz Musician
크리스마스에 듣는 루이 암스트롱, Christmas Time in New Orleans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켜지고 캐럴이 울려 퍼지는 할리데이 시즌이 돌아왔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을 블랙아웃(?)으로 지내야 했던 만큼 올 연말연시는 모두가 행복하고 활기찬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해마다 할리데이 시즌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의 쓰임과 역할이 커진다. 클래식, 대중음악, 재즈 등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음악이 다채로운 이벤트에 활용되고 또 음악 자체가 중심이 되는 행사들도 적지 않게 열린다.

연말연시의 계절적 무드를 반영한 음악들은 이미 너무 많고 또 대개는 잘 알려진 곡들이다 보니 이번 달에는 뭔가 색다른 추천곡을 선곡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긴 고민 끝에 필자가 선택한 곡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뉴올리언스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New Orleans)’라는 곡이다. 크리스마스에도 100도를 웃도는 뉴올리언스의 성탄 분위기는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뉴욕의 성탄절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미국 재즈의 본고장인 뉴올리언스의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며 이 음악을 들어도 좋을 것 같다.
미국이 자랑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친근한 음색의 소유자 루이 암스트롱은 한국인들에게 ‘What A Wonderful World’라는 음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인물이다. 미국 최초의 재즈 아티스트로 출발해 다양한 음악적 업적을 쌓았지만, 재치 있는 만담꾼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엔터네이너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은 그의 익살스러운 얼굴 뒤로 조금 가려진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즈 음악의 발판을 다진 선구자적 뮤지션이고 그런 그의 입지는 미국 재즈 역사상 누구보다 확고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올리언스의 빈민가에서 10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자신을 아껴주었던 유대인 이웃에게서 받은 코넷(Cornet)으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싹 틔웠으며, 소년원에서 만난 음악 교사의 영향으로 훗날 미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에게 음악적 감성과 자질을 키워주었던 것은 뉴올리언스라는 도시가 주는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음악적 무드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된다.


인구의 3/2가 흑인인 뉴올리언스는 1900년대 초반 흑인 음악가들에 의해 재즈의 중심지로 태동하게 된다. 1900년대 중반부터는 애틀랜타, 마이애미, 휴스턴 등과 함께 서던 힙합이 흘러들어오면서 저변이 확대된 음악 도시로 자리 잡게 되고 캐시 머니 레코드(Cash Money Records) 본사가 들어오고, 미스티컬(Mystikal), 소울자 슬림(Soulja Slim), 쥬브나일(Juvenile), 버드맨(Birdman), 매니 프레시(Mannie Fresh), 릴 웨인(Lil Wayne) 등이 이 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과거 라이벌이던 마스터 P의 노 리미트 레코드(No Limit Records) 본사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뉴올리언스의 음악 역사를 짧은 지면에 다 논할 수는 없지만 강렬한 태양 아래 축제와 향연이 넘치는 고장, 온종일 음악이 멈추지 않는 뉴올리언스의 분위기와 무드를 생각하면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천재적인 뮤지션의 출현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12월에 들을 추천곡은 1955년 루이 암스트롱이 크리스마스 특집 싱글로 발매한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베니 카터(Benny Carter)가 지휘하는 악단과 함께 연주했으며, 루이 암스트롱의 고향인 뉴올리언스의 크리스마스 정취를 잘 묘사하고 있다. 눈 내리는 뉴욕의 크리스마스, 그러나 따듯한 남부의 정취가 담긴 Christmas time in New Orleans를 들으며 행복한 휴일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루이 암스트롱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 음악은 그가 한 생애에 걸쳐 다양한 포맷으로 녹음한 크리스마스 음악 ‘Louis Armstrong & Friends: The Christmas Collection, 2002’라는 Compilation album에 잘 소개되고 있다.
글, Joon Choi, Jazz Music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