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na Huh Editor
할리데이 시즌에 만나는 MoMA 특별 전시회
근·현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살아 숨 쉬는 곳,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흔히 MoMA 모마라고 불리는 이곳은 미술책에서나 볼 수 있는 대가들의 작품이 영구보존되어 있어 이미 볼거리가 충분하지만, 특별 하이라이트 전시회를 시즌별로, 혹은 매해 특별전으로 꾸며 전시하고 있어 연중 한두 번은 꼭 가볼 만한 곳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마의 특별한 3가지 전시회로 문화생활을 더욱더 풍요롭게 즐겨보자. 현재 진행 중인 특별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에 이 기사를 읽어보고 가면 많은 작품을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특별 전시회는 인터넷을 통한 Virtual Tour는 물론 직접 방문 관람도 가능하다.
No.1 Félix Fénéon
전시관 3층/기간: 2021년 1월 2일까지

펠릭스 페네옹(Félix Fénéon, 1861~1944)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비평가인 그가 이룬 업적들을 보면 왜 미술가도 아닌 그를 오마주한 특별 전시회를 모마에서 열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비평가, Revue Blanche의 편집자, 예술 평론가, 랭보의 ‘Les Illuminations’이라는 산문시집 발행인, 갤러리스트 등, 다재다능한 그는 아프리카와 남태평양의 독특한 조각품을 수집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이 심했던 기간 동안 무정부주의자였던 그는 보다 더 조화롭고 평등주의적인 세계를 지향했다. 페네옹을 현대로 비교하자면 대단한 인플루언서, 아니 예술계의 주류 인사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의 트위터처럼 그는 1906년, 프랑스 신문의 ‘faits divers(간단하고 선정적인 뉴스를 소개하는 전용 코너)’에 일화들을 실었고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 시대의 문제들을 어두운 유머와 사케스틱한 문장으로 표현해 큰 호응을 받았다. 페네옹은 45세의 나이로 저널리즘에 등을 돌리고 예술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모든 분야에 탁월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던 그는 ‘네오 인상주의’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이런 움직임에 젊은 예술가들이 비판받고 해산될 때 쇠라 (Georges-Pierre Seurat), 시냐크 (Paul Signac)에 이어 마티스(Henri Matisse)까지 이 어린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잊힐뻔한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해 예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페네옹은 1886년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과학적 원리에 바탕을 둔 점묘주의의 묘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쇠라의 작품을 극찬하게 되었고 이때 신인상주의라는 평가를 내놓게 된다. 이후, 점묘주의의 열풍이 일어나고 이런 쇠라를 존경했던 시냐크가 친구인 페네옹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이렇듯이 현대 미술의 큰 영향을 준 페네옹의 특별전시는 그가 어떻게 모더니즘을 발전하고 형성했는지 탐구할 좋은 기회다. 이 전시회 또한 가상으로 관람이 가능한 가상 뷰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으니 모든 하이라이트를 감상하길!
No.2 Donald Judd
6층 전시관/기간: 2021년 1월 9일까지

미술비평가이자 예술가인 미국 출신의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는 미니멀리즘의 개척자로서 회화의 한계를 인식하고 입체성과 사물성을 강조한 작품을 만들었다. 1960년도 당대 최고의 예술가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의 작품에 조각이나 미니멀리즘이란 라벨을 붙이려는 일반적인 시도를 거부하고, 회화도 조각도 아닌 삼차원의 작품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길거리에서 주운 사각형의 나무 박스를 시작으로 플렉시 글라스, 알루미늄, 철강, 합판 등의 산업 자재를 형태, 재료, 작업방식, 전시 등의 혁명적 접근방식으로 당시 보편적인 예술 제작방식에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그의 작품은 차례대로 현대조각의 언어들을 바꾸었다. 저드의 작품들은 크기나 모양이 자로 잰 듯이 반듯하다. 이런 단순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는 작품의 표면, 물성, 크기, 빛, 그림자 등을 통해 물질의 속성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보여주고자 했고, 두 번째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보이는 회화를 표현하였고, 세 번째는 최소한의 형태를 통해 최대한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도널드 저드의 아들인 플래빈 저드는 아버지의 작품을 어렵게 해석하거나 추론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바로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의 말처럼 작품을 어렵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이런 그의 산업재료와 제작과정을 이용한 평생의 연습과 탐험까지 보여주는 이 전시를 통해 그의 유산을 온몸으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상으로도 부분적 관람이 가능하므로 그의 위대한 업적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No. 3 Taking a Thread for a Walk
전시관 3층/기간: 2021년 1월 10일

미술관 3층에 위치한 이 특별 전시회는 189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새로운 소재와 건설적인 언어를 발전 시켜 직물의 유연성을 부각해 예술성을 보여준 작품들을 전시한다. 1965년 Anni Albers의 말을 인용해보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한 것처럼 정의되고 전문화된 분야에서 시작해 끊임없이 확장되는 관계의 실현에 도달할 수 있다….. 실이 처음 사용된 그 시간까지도 말이다.” 이렇듯 이 특별 전시회는 미술의 광범위 화를 직물로 표현한 또 다른 세계에 도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직물이 건축, 산업 디자인, 그림, 조각 등 각각 밀접하게 연결되어 창의적인 분야로 전진할 수 있었는지를 볼 수 있다. 전시 제목 그대로 1960년대부터 시작된 섬유예술을 보다 예술적이고 조각적인 접근을 통해 고대 섬유 전통, 20세기 초 디자인 개혁 운동, 산업 자재와 생산 방법을 보여준다. 직물이라고 하면 뜨개질이나 재봉질을 연상 시켜 보통 ‘여성의 작업’으로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당시, 여성 작가들이 그 한계에 도전하여 추상화, 예술과 기술의 융합 등으로 이 선입견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함성 섬유와 공간예술과 같은 역동적인 모험으로 유동적인 표현성을 더욱 강조시킨 작품들 말이다. 캔버스에 그린 그림, 산업 혹은 전통적인 재료로 만든 조각 외에 직물이라는 재료가 주는 작품의 특별함을 느껴보고 60년도에서 70년도까지 그들이 개척하고자 했던 예술의 새로운 길을 차례대로 걸어보길 바란다.
자료 출처: mo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