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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LINT JUNG, 북 칼럼니스트

10월에 읽기 좋은 공포소설 I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 H. P. 러브크래프트


이번 달은 공포소설(Horror Fiction)에 관해 이야기 하려 한다. 10월은 공포 영화와 공포소설을 찾아보게 되는 할로윈의 달이다. 공포소설은 1700년대 고딕물(Gothic Fiction)을 시작으로 1800년대부터 심도 있는 작품들의 등장으로 일반 문학과 사상에 영향력을 넓혀왔는데,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들로만 대략 추려보아도 1818년 작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 1886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1891년 발표되었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7년 허버트 조지 웰스(H. G. Wells)의 <투명 인간>, 1897년 브람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 그리고 1800년대 초에 등장하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작품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의 창시자이며, 공포, 괴기, 환상, SF소설 등 장르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거 앨렌 포는 1843년 작 <검은 고양이>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공포소설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포와 더불어 공포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H.P.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의 작품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900년대 초에 등장한 그는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한 작가였으나 사후에는 20세기 고전 공포를 대표하며 현대 공포문학의 근간이 된 작가로 재평가 받았다. 20세기 말은 유명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며 서스펜스 공포소설이 베스트셀러 소설의 주류가 되기까지 발전했다. 이 시기에는 현대공포소설의 대명사이며 이야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티븐 킹(Stephen King), 뱀파이어 연대기로 유명한 앤 라이스(Anne Rice), 수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된 딘 쿤츠(Dean Koontz)등이 대표적이다. 공포소설도 그 하위장르가 다양해져서 고딕물(Gothic Fiction), 컬트(Cult), 슬래셔(Slasher), 고어(Gore), 스릴러(Thriller),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 좀비(Zombie), 괴수(Monster), 재난 (Disaster), 초현실(Supernatural), 데스게임(Death Game) 등 점점 세분되고 있다.


사실 스토리를 통해 공포를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작품이 어떤 일반소설이거나 장르 소설이던지 받아들이는 강도는 개인적인 편차가 크다. 누군가에게는 동화적인 공포를 느꼈던 V.C. 앤드류스의 <다락방에 핀 꽃>이 가장 무서웠을 것이고,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에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껴졌을 수도 있다. 수많은 훌륭하고 인상적인 작가들의 작품들 사이에 작품성이나 공포의 수위를 논외로 하고, 상대적으로 내 감정 기억에 각인되어있는 네 편의 소설을 선택해 보았다. 왠지 공포나 미스터리한 소설 한 권쯤 읽어도 좋을 것 같은 10월에 책이 주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에도가와 란포의 책과 스티븐 킹의 책 한 권씩 소개한다.


By Clint Jung, Book Columnist


에도가와 란포 전 단편집 3 기괴 환상 편

<에도가와 란포-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원류>

Photo by Clint Jung
Edogawa Ranpo

학창 시절 접하게 된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오세이의 등장>은 소름이 돋는 폐쇄 공포였다. 폐병을 앓고 있는 카쿠타로는 아내 오세이가 불륜 상대를 만나러 외출한 어느 날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중에 벽장 속 커다란 궤짝 안에 숨는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놀이의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밖으로 놀러 나가 버린다. 한참을 숨어있다가 이제 아이들을 그만 놀라게 하자는 마음에 궤짝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하필 뚜껑에 달린 자물쇠가 잠겨져 버려 혼자 열고 나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버린다. 소리를 질러보지만 아무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온 오세이는 남편을 찾다가 궤짝에 갇힌 남편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남편을 꺼내려다가 마음을 바꾸어 자물쇠를 걸어버리고 벽장문을 닫는다.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에서도 이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키우던 엄마는 일을 가기 전 먹을 것과 함께 아이를 매일 아침 코인 라커룸에 넣어두었다가 저녁에 열고 찾아간다. 아이는 하루종일 코인 라커룸 안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그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에 다시 재생산된다. 유년 시절 숨바꼭질을 해보았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침대 아래나 엄마의 옷장 안에 숨곤 했다. 편집된 기억일 수도 있겠으나 옷장 속에서 한참을 있다가 아무도 찾지 않아 나온 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요즘 들어 딸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다 옷장에 숨어있는 딸을 발견할 때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서늘해질 때가 가끔 있다.


미스터리 소설 대국인 일본을 있게 한 그 시초이자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 본명은 ‘히라이 타로’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일본식으로 따라 쓴 에도가와 란포는 그의 필명이다. 그의 작품은 추리소설로 널리 알려졌으나 에드거 앨런 포처럼 기괴, 환상, 공포를 다룬 소설도 많은데, 어떤 면에서는 카프카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요코미조 세이시, 시마다 소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문학 작가들이 란포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란포의 영향력은 장르를 넘어 만화, 영화 등 일본 대중문화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치 에드거 앨런 포가 지금도 여전히 서구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서양 측에서 보기엔 독창성이라든지 동양의 몽환적인 색채가 강해 그의 예명은 포의 오마주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심지어 미국 추리 문학상의 대표인 에드거 상이 있듯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추리작가의 등용문인 에도가와 란포 상이 있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이 단편집에 포함된 <오세이의 등장>과 <인간 의자>이다. 1995년 작 영화 <Mystery of Rampo>역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캐리(Carrie)

스티븐 킹(Stephen King)-공포소설의 제왕(King of Horror)

Photo by Clint Jung
Stephen King

심리적 공포의 근원을 탐색하는 작가이자 포의 진정한 후계자 – 비평가, 레슬리 피들러


반즈 앤 노블의 공포 소설 섹션에 가면 제일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문학과 본격 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셀 수 없는 유명 저서 가운데 지금의 그를 있게 한 1974년 작 <캐리(Carrie)>를 먼저 추천한다. 2013년에 리메이크 작이 나오긴 했으나, 1976년 작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염력을 지닌 소녀 캐리가 집에선 광신도 어머니 밑에서 학대당하고 학교에선 왕따를 당하며 지낸다. 가중된 스트레스로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다가 학교에서 무도회가 벌어지던 날 한 사건으로 수백 명을 살해하는 일을 벌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구성은 중간중간 신문 기사, 개인 회고, 리포트, 보고서, 증언 등을 사실인 양 인용해 넣어서 논픽션이나 팩션처럼 느껴지게 사실성을 극대화했다. 현시대에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인 그는 30여 년간 500여 편의 작품을 써왔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많이 제작되었는데, <캐리>뿐 아니라 <샤이닝>, <쇼생크 탈출>,<스탠바이 미>, <그것>,<그린 마일>, <미저리> 등 수많은 명작들이 있다.


Clint Jung, Book Columnist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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