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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칼럼니스트 Clint Jung

11월의 책, 음식의 언어(The Language of Food)-Dan Jurafsky

음식의 언어(The Language of Food)

:댄 주래프스키 (Dan Jurafsky)


사람들이 먹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지를 반영한다”-에리카 피터스 Erica J. Peters, 역사가 - 포테이토 칩의 서로 다른 유혹 편, 220pg


By Clint Jung, Book Columnist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 중에, 앙드레 모로아 Andre Maurois의 <뚱보나라, 키다리나라(Fattypuffs & Thinners)>가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아동 판타지 소설로 뚱보인 형과 삐쩍 마른 동생이 우연히 방문하게 된 지하세계의 두 나라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나라의 사람들은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라며 말다툼을 하곤 했는데, 이것이 한동안 내게 화두가 되었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으로 식탐을 멀리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오랜 기간 먹는 것의 가치를 등한시하며 살아오게 했다. 내겐 음식은 무조건 푸짐해야 했고, 저렴해야 했고, 입맛에 맞아야 했고, 빨리 만들어져야 했다. 자연스레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주식이 되었고, 타문화의 음식이나 식당을 이용하기를 꺼렸었다. 거기다, 또 다른 이슈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어떻게, 무엇을 주문해야 하는가’란 문제였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주문을 잘못한 에피소드들을 심심찮게 들어왔다. 음식 이름이나 설명조차 이해하기 어려워서야! 최소한의 실패는 피하기 위해, 전에 갔던 식당을 가서 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줄곧 시킨다는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꼈다.

11월에 추천하는 <음식의 언어>는 이해의 범주를 벗어났던 음식의 언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메뉴를 이해하는 법에서부터, 즐겨 먹는 음식들이나 디저트, 양념, 소스들의 언어적인 유래와 역사와 문화를 다방면으로 알려 주고 있다.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재미있는 얘기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소금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소금’의 중요성은 음식 이름을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샐러드(salad), 소스(sauce), 슬로(slaw), 살사(salsa), 살라미(salami), 살루(salume) 모두가 라틴어 살(sal)에서 온 것으로 소금 절임(salted)이란 뜻이란 것과, 라틴어 살사 이시키아(salsa isicia)가 Salted isicia, 즉 염장 된 소시지를, 콘비프(corned beef)의 corn은 옥수수가 아니라 알맹이라는 뜻으로 소금 알갱이를 가리키며 그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어원을 추적하다가 염장(또는 훈제, 식초 절임, 설탕 절임)의 역사로 이어간다.


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요리들의 유래에서 배울 점은, 우리 모두가 이민자라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이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어떤 훌륭한 특성이 창조된다 - 피시앤드칩스 편 77pg


음식과 주군 계급의 연상 관계, 상류계급과 노동계급의 설명들도 흥미로운 소재였다. 중세시대의 노르만족의 침입 이후, 고기를 먹을 여유가 있는 것은 노르만인 군주들뿐이었지만, 고기를 제공하는 소와 돼지를 키우는 것은 앵글로색슨 어를 쓰는 농노들이었다. 그 영향으로 여전히 돼지고기에는 프랑스어인 pork를 쓰지만, 동물 자체는 앵글로색슨어인 pig, hog, sow를 쓰고 있다. 마찬가지로 쇠고기에는 프랑스어 출신인 beef와 veal이라 부르지만, 소를 가리킬 때는 앵글로·색슨 어인 cow, calf, ox를 쓴다. 1960년 프랑스 사회에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상류계급과 노동계급의 일상적인 습관과 입맛을 조사했었는데, 노동계급은 전통적으로 푸짐한 식사, 전분과 지방이 많이 들어서 든든한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상류계급은 이국적인 음식이라든가 다른 민족의 음식, 아니면 건강식품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음식과 관련한 상류계급의 취향은 다른 계급과 대비되어 규정되었는데 상류계급이란 결국 노동계급이 '아니다'라는 뜻이었다. 이런, 나는 입맛 자체도 노동계급이었던 것인가?


우리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종족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좋은 일을 알아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성향이 있다. 이를테면 디저트 같은 것 - 204pg


식사의 끝인 디저트(desert)라는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왔는데, 차려진 것을 치우다 to de-serve라는 동사의 분사로 1539년 처음 식사를 치운 다음 먹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고 한다. 중세의 바그다드에선 달콤한 음식이 음식의 소화를 도와준다고 믿었기에 달콤한 요리들이 디저트로 많이 선보이게 되었다. 18세기에 이르러 디저트는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에 도입되었고 정착된다. 중국요리에는 디저트가 없는데, 이 때문에 포춘 쿠키의 전통이 미국에서 디저트로 개발되었다. 예언이 담긴 작은 과자를 먹는 것은 19세기 이후 일본의 관습이었는데, 20세기 접어들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일본 식당과 중국 식당에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는 마지막에 달콤한 것을 먹고 싶어 하는 미국 손님들의 갈망 때문이었다 한다.

중세 아랍식의 과일 혼합 음료는 시럽 형태로 전파되었다. 아랍어 단어 샤라브(sharab)는 마시다라는 뜻의 단어를 어근으로 하는데, 영어의 시럽(syrup)의 선조가 된다. 중세 페르시아에서는 장미꽃잎이나 오렌지꽃 같은 꽃에서, 체리나 석류 같은 과일에서 시럽을 추출했다. 이런 시럽은 샤르바트(sharbat)라고 불렸는데, 시럽과 물을 섞고 눈과 얼음으로 냉각시킨 시원한 음료의 이름이기도 했다. 이 음료를 페르시아에서 들여온 오스만인들은 터키어 발음의 세르베트(serbet)에 흠뻑 빠졌고, 16세기에 들어서며 유럽 어디에서나 셔벗(sherbet)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랍, 무굴 제국과 나폴리까지 전해진 셔벗은 아이스크림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 추수감사절 음식에 담긴 진짜 의미는, 참혹한 노예제의 실상과 이민의 지독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과 영국인들이 자기들 고향 땅의 음식을 까져와서 새로운 나라의 요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 칠면조 turkey의 세계여행 편 175pg


11월은 추수감사절의 달이다. 핵가족처럼 흩어져 살다가 돌아와 대가족을 이루는 날, 칠면조 구이와 호박파이의 저녁 만찬 위로 밀린 이야기들을 나눈다. 통화와 문자가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고 웃고 즐기며 같이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오랜 이민 생활을 했어도 한식이 입에 맞는 우리 가족은 특히 칠면조 고기와는 친해지기 쉽지 않아 추수감사절에만 먹곤 한다. 이 책에서 배운 칠면조 이야기를 들려줄 좋은 기회다. 수천 년 전 남중부 멕시코에서 시작된 아메리카 토착민들에 의해 가축으로 길든 야생 칠면조 이야기부터 콜럼버스의 온두라스 개척 시절에 갈로파보(gallopavo:chicken-peacock)란 이름으로 에스파냐로 처음 보내져 알려졌으나 터키의 술탄에 의해 판매된 아프리카 새와 혼동되어 터키 Turkey라고 불리게 된 에피소드까지. 거기에 미국의 청교도 의례가 아닌 사실 영국에서 특히 인기 높았던 크리스마스 전통이었다는 이야기들은 식탁 위의 음식들과 함께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Happy Thanksgiving!



댄 주래프스키 (Dan Jurafsky)

‘음식의 언어(Language of Food)’를 가르치는 스탠퍼드 대학의 언어학 교수이자 계량언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행동과학 고등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이자 컴퓨터공학자이기도 한 그는 1998년 과학과 공학 분야 교수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NSF 커리어 상과 2002년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우십을 받았다. 컴퓨터로 처리 가능한 방대한 언어학적 도구를 이용해 심리학, 사회학, 행동경제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를 하고 있다.




Clint Jung, Book Columnist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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