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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칼럼니스트 Clint Jung

12월의 책, 타인의 해석(Talking to Strangers)-Malcolm Gladwell


Courtesy of Brunch

<타인의 해석> Talking to Strangers:

What We Should Know about the People We Don't Know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 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 75p


By Clint Jung, Book Columnist

이 책은 2015년 1월 텍사스 주에서 벌어진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모티브로 시작된다. 한 백인 경찰이 일리노이 주 번호판을 단 차를 간선도로에 멈춰 세웠다. 차 안에는 샌드라라는 한 젊은 흑인 여성이 타고 있었다. 차선 변경 시그널을 켜지 않은 이유로 자신을 멈춰 세워서 티켓을 주려고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불만을 표출했다. 자신이 행해왔던 기존의 루틴대로 타 주에서 온 신호를 위반한 차량을 검문했다고 믿는 그 경찰은 그녀의 언행에 의심을 품게 되었고, 그녀를 차에서 강제로 내리게 하고 체포했다. 사흘 뒤에 그녀는 유치장에서 자살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두고 인종차별의 문제나 나쁜 경찰 또는 무능한 경찰에 대한 견해를 차치하고, 낯선 이를 만났을 때 판단하는 개인의 관점에 대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출신, 성별, 인종, 직업 등 서로 환경이 다른 낯선 이들이 만났을 때, 스스로 갖고 있는 가치관과 선입관이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타인들이 기본적으로 진실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관한 환상과, 표정과 내면의 모습이 같을 것이라고 믿는 투명성의 오해들, 그리고 결합의 파괴라는 세 가지를 가지고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첫 번째로 거짓말에 관해 말한다.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 낯선 이를 직접 만나면 만나지 않는 것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거짓말은 전문가들도 알아차리기 쉽지않다. 예를 들자면,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 영국의 외무장관 헬리 팩스 경이 히틀러와 벌인 교섭을 통해 내린 결론은 ‘히틀러는 전쟁을 벌이기를 원하지 않으며 평화 교섭에 개방적이라는 것이었다’. 영국의 동일 주재 대사 네빌 헨더슨 역시 만남 후에 히틀러가 ‘누구나 그렇듯이 전쟁을 무척 싫어한다’고 믿었다. 펜타곤에 일하던 쿠바 전문가 애나 벨렌 몬테스는 사실 쿠바의 이중간첩이었으나, 누구도 그녀가 간첩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스파이의 자질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으므로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그녀가 스파이처럼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 사건을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도 몇십 년 동안 투자사기를 의심받지 않았다. 파생상품으로 돈을 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거래 규모를 생각하면 5대 투자은행과의 거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기록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거대 규모의 기업이라는 명목 아래 의심하지 않고 믿음을 주고 거래를 했었다. 이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얼만큼 거짓을 구분하는데 무능력한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인간의 성향이 타인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미흡하게 만드는 지 알려준다.

Photo By Clint Jung

두 번째로 투명성에 대해 말한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시트콤 <프렌즈>의 등장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그 배우들의 희로애락의 표정은 매우 투명하게 내면을 표현해서, 심지어 음소거를 해도 그 표정만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표정이 내면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오해를 불어 일으킨다. 아만다 녹스 유학생 살인 사건을 그 중 한 예로 들면서 아만다 녹스 역시 어느 정도 사회 부적응자이며 태도과 내면이 불일치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흔히 생각하는 대로 살인사건 이후 그녀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고 교도소로 갔던 것이라고 전한다.


세 번째로 결합에 관해 말한다. 1500여 명이 넘게 자살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살하려는 사람이 여기에서 못하면 다른 곳에서 할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다. 미국인의 4분의 3이 금문교에서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면 대부분 다른 식으로 자살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했던 515명을 추적한 결과 25명만이 다른 방식으로 자살 시도를 계속했다. 일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도시가스나 자동차 배기가스로 자살하던 사람들의 자살률도 도시가스와 배기가스에 일산화탄소가 사라지자 그로 인한 전체 자살률이 줄었다. 사건사고는 무작위로 벌어진다고 보았는데, 사실 처해진 상황과 맞춰줘야 벌어지는 것이고, 그 상황을 맞닥드리지 않으면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결말 부분에 샌드라 브랜드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어 재구성한다. 운전자 샌드라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은 행동, 흥분하고 동요하며 성미가 급해 보인 샌드라의 행동을 오해할 수 있게 한 경찰 내부의 범인 태도에 관련된 잘못되거나 부족한 투명성 교육, 경찰 엔시니아가 한 수습할 수 있었던 실수들과 과잉행동 등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결국 이 사건은 사회가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법을 알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로 결론을 낸다.


누군가를 알지 못하거나 그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190p

Photo By Clint Jung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경영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찬사와 호평을 받아왔다. 경영학 분야에 필독서가 된 그의 지난 다섯 권의 책들을 모두 경이롭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작년에 6년 만의 신작 <타인의 해석>이 출간되어 내 책장에 들어왔고 올겨울이 오기 전에 탐독할 수 있었다. 소개된 예시들이 무거워 다 읽고 나서도 마냥 기쁘게 책을 덮을 수는 없었지만, 함부로 타인을 예단하고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 당연한 결과가 잔상처럼 남았다. 표정과 행동, 눈빛으로 단정지어 타인이나 상황을 쉽게 믿거나 쉽게 의심하는 버릇은 인간의 공통적인 성향이었나 보다. 그간 관계에 상처를 주고받은 사람들을 돌이켜 보았다. 그 모든 결과는 내 오만과 무지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한 길 사람 속을 어찌 쉽게 알까.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Courtesy of Dec Book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자랐고, 토론토대학교와 트리니티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워싱턴포스트〉의 경제부·과학부 기자, 뉴욕 지부장을 지냈다. 1999년, 이 시대 최고의 마케터 중 한 명인 론 포페일에 대한 기사로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타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월스트리트저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10인’, 〈포린폴리시〉 ‘최고의 세계사상가’에 선정되었다.

저자는 발표한 여섯 권의 책을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에 올린 최고의 경영저술가이다. 저서로는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블링크》,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가 있다. 《타인의 해석》은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시카고트리뷴〉 각각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Clint Jung, Book Columnist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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