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ther Lee Editor
'Beauty Beyond Breast Cancer' 비영리단체 박은희 대표의 삶 이야기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가다 보면 뜻밖의 역경을 겪게 되기도 한다. 특히 ‘암’ 진단은 경중에 상관없이 환자 본인에게 큰 정신적인 충격을 안기게 되고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으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 역시 환자들이 극복해야 하는 난관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가 본인의 건강을 회복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인데, 질병으로 인한 역경을 이겨내는 동시에 타인의 고통을 보듬어 주고자 봉사를 시작하게 된 여성이 있다. 예기치 못했던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유방 절제 수술과 재건 수술을 받는 힘든 과정을 이겨낸 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 유방암 수술 과정에서 유두와 유륜을 잃은 여성들에게 ‘여성성’을 회복 시켜 삶의 질을 높여 주기 위해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고 현재 무료 유방 문신 시술로 봉사하고 있는 박은희 씨와 Zoom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986년에 미국에 와서 파슨스 패션스쿨(Parsons School for Design)을 다녔습니다. 패션 쪽으로 공부하고 일을 하다가 셋째가 태어난 후 더 이상 일을 계속하기 힘들어 그만두고 아이들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지내왔습니다.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막내딸이 현재 고등학교 시니어니까 아이들이 지금은 다 커서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둘째인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그때부터 아들과 같이 다니면서 아들한테 많이 집중해서 살아왔어요.
Q. 어떻게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는지와 치료과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들이 고등학교 시니어 올라가기 전 여름에 AJGA 내셔널 시합이 있어서 여름 동안에 계속 같이 다녀야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갈비뼈 쪽에 통증을 느꼈어요. 남편에게 응급실에 가겠다고 말하고 응급실에 가서 캣 스캔(CAT Scan)을 찍었는데 유방암 진단이 나왔고 종양의 사이즈가 컸어요. 매모그램을 정기적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아들이랑 여기저기 다녀야 하니까 바빠서 매모그램을 정기적으로 찍지 않았거든요. 유방암 조직 검사를 했는데 종양이 컸지만, 다행히 조직 검사 결과 HER2가 음성이었어요. 처음에 진료받은 병원에서는 약을 먹고 종양 크기를 줄여서 수술하자고 했는데 유펜 병원에서는 그냥 절제 수술을 하자고 했어요. 원래는 종양이 있는 쪽만 수술하려고 했는데 왼쪽에도 나중에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하여 양쪽 다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왼쪽은 예방 차원에서 절제 수술을 받은 거죠. 수술 후 6개의 튜브가 절제된 유방에 고인 핏물을 빼내기 위해서 몸에 달려 있었어요. 그 튜브를 다 빼내기까지 약 1달 반이 걸렸어요. 뺄 때마다 필라델피아까지 가야 해서 2시간 운전해서 다니기 힘들었습니다. 그때가 저한테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Q. 유방암 수술로 인해 유방뿐만 아니라 유륜 및 유두까지 절제한 환우들을 위해 유두 문신을 해 주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비영리 단체도 만드셨다는데, 이런 봉사를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실리콘을 삽입하지 않고 제 복부의 피하지방으로 재건 수술을 받았는데, 어느 정도 나았을 때 성형외과 의사가 재건한 유방의 유두와 유륜 부위에 문신하라고 권유해 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니까 반영구 화장 문신을 공부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더라구요. 그 전에는 내가 공부한 것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새롭게 할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너무 기뻤습니다. 남편한테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다시 산 것 같다”고 말했고 반영구 화장을 배워서 유방암 환자들에게 문신 시술을 해주고 싶다고 했죠. 제가 그 전에 한의학 공부도 두 학기 정도 했었기 때문에 식구들은 제가 반영구 화장 배우는 것을 중간에 그만둘 것으로 생각했어요. 시험을 보고 합격하니까 식구들이 엄마가 뭔가 했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희 막내가 Bergen County Academy의 메디컬에 재학 중인데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서 브로셔도 만드는 등 모든 일을 했고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이 단체를 소개했어요. 그 전에 반영구 화장 배우는 데 들어간 비용은 남편이 지원해 줬는데 Ariel Tatoo를 배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이 단체로 펀드를 모을 수 있다는 딸의 권유로 모금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단체 이름은 ‘Beauty Beyond Breast Cancer’입니다. 아직 웹사이트는 못 만들었고 이메일 계정으로 환자를 받고 있어요. 현재 제가 반영구 화장 손님을 받으면서 버는 수익으로 제 오피스를 운영하면서 유방암 환자분들께 무료 문신 시술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고 계실 텐데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을 억제해서 재발을 방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 복용으로 인해서 갱년기 증상을 심하게 겪는 환자분들이 많으세요. 갱년기 증상이 심하게 와서 수시로 화가 난다는 분들이 많아 문신해 드리면서 그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 드리는 편이에요. 만약에 남편이 너무 밉다고 하면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려요(웃음). 지금은 미국 환자분들뿐만 아니라 한국 환자분들도 많이 오세요. 기억에 남는 분은 보험이 없어서 유방 외과 의사가 아니라 한국인 일반 외과 의사에게 현금을 지불하고 수술을 받으신 분이에요. 성형외과 의사가 참여해서 재건 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슴 절제 부분이 일자로 되어 있고 상처가 원래 피부보다 패여 있었어요. 그분께 문신해 드리겠다고 했는데 사양하셨죠. 앞으로 단체가 좀 활성화돼서 기부금이 생기면, 그 환자분처럼 재건 수술을 못 하시는 분들을 도와 드리는 펀드를 만들고 싶어요. 또 기억에 남는 다른 한 분은 문신하기 전에는 그냥 생각 없이 남편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곤 했는데 문신을 하고 나서는 가리게 되더라고 말씀하셨어요(웃음). 다시 여성성을 회복했다는 뜻이죠. 그 얘기를 듣고 무척 기뻤어요. 그분이 핑크 리본으로 장식된 케이크를 주문해서 주셨어요. “당신의 선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죠.
Q. 현재 하시는 일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병원 측에 환자가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얘기를 해 놓아도 환자분들과 연결이 안 되는 점이 문제입니다. 제가 광고를 내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홍보가 잘 안 돼요. 그래서 앞으로는 홍보가 잘 되어서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여성 암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어하시죠. 그러다 보니까 주변에서 유방암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기 힘들어하시고 절제 수술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힘들어하세요. 또한 환자의 가족이 아닌 이상 유방 절제 환자가 유두 문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힘듭니다. 반영구 화장 시술을 이미 하고 계신 분이라도 유륜, 유두 문신을 하기 위해서는 advanced class를 들어야 해서 많은 분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세요. 저는 유방암 수술을 했으니까 환자분 심정에 대해서 잘 아는 데 유방암을 겪지 않은 다른 분들은 유방암 환자를 만나는 걸 불편해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세요. 그래서 깊은 얘기를 하길 원하지 않으시고 환자분 만나는 걸 꺼리셔서 많은 분들이 이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식의 전환도 필요해 보이구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나이 들어서 행복한 것은 남을 위해서 봉사를 하는 그 마음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요새 남편한테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 할 수 있고 유방암에 대해서 얘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환자분이 유방에 해 넣은 문신을 보고 너무 예쁘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쁘구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방암 환자들께 문신해 드리면서 봉사의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 운영 중인 BBBC와 제가 개인 오피스로 일하고 있는 Tammy's Microblading을 잘 운영해서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자신의 아픔을 완전히 추스르기도 이전에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반영구 화장을 본인의 새로운 일로 택한 박은희 씨는 타인의 고통을 나눔과 동시에 스스로에게는 기쁨과 보람의 순간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 게 싶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아픔을 함께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봉사하여 그들의 아픔이 또 다른 희망으로 자리잡도록 애쓰는 박은희 씨의 소망은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무료 유두 및 유륜 문신 시술을 알려 지금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큰 뜻이 담겨 있는 박은희 씨의 소망대로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상실감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BBBC Non-Profit Organization Email Address: beautybeyondbreastcancer@gmail.com
Office:Tammysmicroblading.com
Zoom Interview 진행, 기사 Heather Lee Editor, 사진 제공 B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