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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Columnist Clint Jung과 함께 읽는 2월의 책 '위장 환경주의'


<위장 환경주의> 카트린 하르트만 저/이미옥 역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기 때문이다. -226p
…비료 및 제초제의 과도한 투입으로 말미암아 생명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 농지에서 볼 수 있는 조류 가운데 3분의 1은 이미 멸종 위기 목록에 올라와 있다... 지하수도 위험하다. 대량 사육장에서 나오는 배설물에 질산염이 걱정할 만한 수준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년 1만 명이 미세먼지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사망하고 있다. 홍수, 수확량 감소, 가뭄과 산불 등등… 사유화의 광기가 우리 전체의 재산을 훔쳐가 손해를 입히곤 한다. -227p

글, Clint Jung, Book Columnist


Our Pain Is Your Gain. 며칠 전 이런 제목을 달고 있는 이메일을 받았다. 스팸메일이란 것을 알면서,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열었더니, 물건값을 손해를 볼 정도로 폭탄 세일한다는 광고였다. 이익을 남기고, 이득을 취한다는 것. 정말 누군가의 아픔이 누적되어 내게 온다는 생각에 마냥 웃을 수는 없게 했다.


이번 달 추천도서로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인 <위장환경주의>를 골랐다. 산업혁명과 고도성장이 환경과 생태계에, 개발도상국들에 끼친 폐해만 얘기하자면 진부하겠지만, 자신들은 정직하고 친환경 기업이라고 마케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위장환경주의>는 친환경으로 포장된 대기업의 주력 사업 마케팅 그린워싱(Greenwashing)에[1] 관련된 위선을 폭로하면서, 우리 모두가 협력하여 자연파괴의 주범들인 글로벌 대기업들의 횡포를 막고, 사회의 권력 관계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의 정의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얼마나 설명을 잘하고 잘 썼는지, 읽고 나니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열 편 정도를 밤새 정주행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그녀의 필력에 담긴 흡인력이 대단했고, 담긴 내용은 적나라했는데, 글로벌 대기업들의 횡포 중 몇 개의 에피소드를 발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hoto by Clint Jung

Nestle는 Nespresso라는 상품으로 대기업들이 취급하는 커피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네스프레소의 빈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만 매년 최소 8000톤.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면 이산화 탄소 8톤이 배출되는데 알루미늄 1톤 마다 독성을 띤 빨간 진흙도 최대 6톤까지 나온다. 생산에 사용되는 전기는 2인 가구가 5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네스프레소는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알루미늄 캡슐 회수율을 10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재활용 비용을 모두 댈 거라고 했지만, 재활용 통에 들어가는 캡슐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 네스프레소가 재활용 알루미늄을 얼마나 다시 사용하는지도 역시 아무도 모른다.


석유회사 BP는 2000년대에 들어 친환경 녹색 이미지로 전환하는 데 2억 달러를 들였다. British Petroleum은 Beyond Petroleum으로 되었고 로고 또한 녹색-노란색의 태양으로 변했다. 풍력과 태양광에 투자할 거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2010년 4월에는 BP의 석유시추선이 폭발해서 7억 오천만 리터의 석유가 멕시코만으로 유출되었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기름 제거를 위한 유화 제코렉시트 700만 리터를 살포했는데 이 화학제품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어떤 일이 초래될지에 관한 충분한 연구는 없었다. 많은 사람이 ‘바다 밑의 체르노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년 뒤 환경친화적 이미지의 기업 BP는 대체 에너지 투자를 30%가량 줄였고, 30억 달러에 달하는 풍력발전소를 팔았고 태양전지 사업을 폐쇄했다.


패션 브랜드 지스타(G-Star Raw)는 뮤지션 겸 디자이너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협업하여 바다에서 건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청바지를 만들었다. 그로 인해 이 제품을 많이 구입하면 할수록 환경에 좋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지스타는 바다에서 떠다니는 1억4,000만 톤의 플라스틱 중 9톤을 건져내고 30%의 면을 절약했다. 이 리사이클링으로 사람들은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개연성을 품게 된다. 아디다스(Adidas)도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으로 유니폼과 운동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매년 생산하는 제품의 0.5%를 차지할 뿐이다.


플라스틱과 패션 사이에는 단 한 가지 분명한 관계가 있다. 패션은 순간적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은 500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컬렉션 사이사이에 출시하는 모든 신제품은 미래에 바다의 쓰레기가 된다. – 72p


매년 전 세계에선 1,000억 장의 의류가 생산되는데, 절반은 면으로 된 옷이고, 이를 위해 해마다 2,600만 톤의 목화가 생산된다. 그중 70%는 유전자 조작을 하고 8천 종의 다양한 농약이 살포된다. 목화 재배만으로 1년에 20만 건 넘는 농약 중독이 발생하고 2만 명이 사망한다.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데 2,700리터의 물이 들어가고, 청바지 한 장에는 8천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섬유산업은 환경 파괴의 주범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매년 153만 톤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드는데, 이 중 35%가 합성 옷감을 세척하고 나온 섬유라고 한다.


우리에겐 각기 할 일이 있다. 대량 사육 시설과 산업화한 농업에 반대하고, 물을 비롯한 공공 자원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민 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 자동차 없는 도심을 위해 투쟁하고, 시민의 손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석탄 광산과 자유 무역 그리고 노동 착취를 반대할 수 있다. – 227p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알고 있던 그린 마케팅의 허상이 깨지게 된다. 생태계의 파괴, 환경 오염, 노동 착취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고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사실 현실에서 우리가 편리함과 저비용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가 제시한 의류 산업에 대한 친환경적인 방법은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고, 덜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대량생산을 하는 대기업을 보고 적게 생산하라고 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2] 포기하라는 소리와 같다. 전 세계가 경쟁하는 국제화 시대에서 자국 기업에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니다. 게다가 그 기업들이 많은 세금 납부와 일자리 창출까지 하고 있다면 더욱더 고민스럽다. 그 나라가 개발도상국이라면 더욱더 어려운 선택이다. 아마 정권이 바뀌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소비자 입장에선 패스트 패션 기업, 소비재 기업, 코스트코, 아마존, 월마트 등이 제공하는 저가 제품이나 무료 배송은 놓기 어려운 유혹이다.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인 미국은 새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행정명령으로 파리 기후 협약에 다시 복귀했다[3]. 풍력과 태양광이 각광을 받으리라 예상되고 올해가 전기차 시대의 원년이라 불리며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섰기에[4] 탄소배출이나 환경 피해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책을 읽고 모두 환경운동의 투사가 되지는 않겠지만, 무엇인가를 구입하고 버릴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자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친환경, 그린 워싱, 지구 온난화, 재활용 등의 환경 이슈들에 대해 좀 더 가깝게 인지하고 토론하고 배우는 기회를 삼기를 희망한다.


[1] Greenwashing,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상품의 친환경적인 특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며 광고하거나 포장하는 행위. 업이 표면적으로만 친환경 경영을 표방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말한다. 대개 상품의 친환경적 특성을 과장 광고하거나 허위로 꾸미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 그린워싱은 마치 친환경적(Green)인 것처럼 세탁(White Washing)한다는 뜻으로 한국어로는 ‘위장 환경주의’라 한다. – 다음 백과 발췌
[2]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 – 경제금융용어 700선 발췌
[3] 바이든 취임 첫날 행정명령…파리기후협약·WHO 복귀 | 연합뉴스TV (yonhapnewstv.co.kr) – 연합뉴스1.21.2021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10121022100038?did=1947m
[4] "내년이 순수전기차 원년"…현대차·폭스바겐·토요타 샅바싸움 치열 (ebn.co.kr) - EBN 12.11.2020 https://www.ebn.co.kr/news/view/1463535/?sc=Daum 

카트린 하르트만 (Kathrin Hartmann)


1972년 독일 울름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예술사·철학·스칸디나비아학을 공부했다.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의 뉴스 및 정치 담당 기자를 거쳐, 2006~2009년에는 월간 잡지 〈네온(Neon)〉의 기자로 일했다. 2009년 《동화 시간의 끝》을 출간했으며, 2012년에 펴낸 새로운 빈곤에 관한 책 《우리는 유감스럽지만, 바깥에 머물러야 한다》로 큰 명성을 얻었다. 2015년에는 《통제된 남벌(Auskontrolliertem Raubbau)》을 출간했다. 현재 뮌헨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은 〈플라스틱 행성(Plastic Planet)〉을 감독한 베르너부테의 영화 〈더 그린 라이〉를 촬영하기 위해 출간되었으며, 카트린 하르트만은 영화에 함께 참여하고 시나리오도 같이 썼다.


Clint Jung, Book Columnist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