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NT JUNG, 북 칼럼니스트
Book Columnist Clint Jung과 함께 읽는 4월의 책, 이그노벨상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어하(지 않)는 상 – 미국 의료 연합 저널
이그노벨상 시상식 말미에 영국에서 온 여성 기자가 무대에 올라 시상을 마친 노벨상 수상자를 에스코트했다.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처음이시죠?” 기자가 그 유명한 과학자에게 물었다. “재미있으셨어요?” “네, 재밌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재밌어요! 이 사람들이 그 일을 진짜로 했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기자는 낮은 소리로 킬킬 웃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로 그 일을 해낸걸요?” -16p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의 삶은 대부분의 문화생활 소비의 감소를 가져왔으나 그나마 책만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1]. 사실 한국에선 오랫동안 서점들이 자녀의 교육목적의 전집류, 참고서 등의 판매로 유지했고, 연평균 개인 도서 구매와 매거진과 만화책을 포함해도 두세 권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다. 그렇다고 여유 없는 미국 생활도 다를 바 있을까? 미니멀리즘이 유행을 타면서 제일 먼저 버리는 것이 의복, 미디어 그리고 책인 시대다. 예전엔 선물로 책을 많이 구입하기도 했고 책을 고르면서도 이 책은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책 선물을 하면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디지털 북과 웹 소설이 대중화되면서, 유투브와 구글이 지식 분야의 정보처를 자처하면서, 동네서점과 대여점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지인들과 대화 소재에 신간 도서가 사라지게 되면서, 정보 홍수 속에 진절머리가 난 우리가 골치 아픈 것들을 기피하게 되면서, 더더욱 책 선물은 쉽지 않게 되었다. 마치 책 좀 읽으라고, 교양 좀 쌓으라고 닦달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변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 들어 책의 수요가 전보다 더 늘었다니, 기꺼워졌다. 이번 달 추천 도서로는 서점에 들러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이미 소장하고 있을 거란 걱정은 안해도 될만한 <이그노벨상 이야기>를 골랐다. 당신이라면 읽고 좋아할 거야… 그런 상상을 하면서.
글: Clint Jung, Book Columnist
“영국의 최고 과학 고문 로버트 메이는 점잔이나 빼고 흥을 깨는 사람인가? … 어떤 과학자가 ‘진지’한지 결정한 것은 관료들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이그노벨상은 학계에 의해, 학계를 위해 조직되었다. 진실로 ‘진지한’ 과학자들의 업적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타블로이드 신문 때문에 당하는 순간적인 무안함 따위는 잘 이기고 견디어 낸다.”
-영국 정부 측의 로버트 메이 경이 영국 과학자들에게는 수여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반박한 영국 과학 잡지 chemistry & Industry. - 28p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영화계의 골든 라즈베리상(Golden Raspberry Awards)을 닮은 상이 과학 분야에도 있었다.[2] 이그노벨상(Ignobel Prizes)은 ‘이그(Ig)’는 고귀하다는 뜻을 가진 ‘noble’의 반대말로 1991년 유머 과학 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Annal of Improbable Research)」의 편집자이며 이 책의 저자인 마크 에이브러햄스(Marc Abrahams)에 의해 시작되었다[3]. 노벨상(Nobel Prize)과는 완전히 다른, 그러면서도 매우 비슷한 이 상은 매년 10개 부문에 수여 하면서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거나 그 업적이 반드시 바보 같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경우’에 주어지게 되었다.[4] 그리고 이 책은 그 상을 수상한 사람들과 그들의 업적에 관해 설명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1991년 이그노벨 평화상은 맨해튼 계획[5]에 동참하고 수소폭탄의 창시자이며 스타워즈[6] 무기 체계를 기획해 핵폭탄 개발 경쟁과 전 세계 군비경쟁을 키워냈던, 기존에 알고 있던 ‘평화’의 의미를 바꾸는데 일생을 바친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에게 수여되었다.
1994년 경제학상은 매도를 눌러야 할 때 매수 버튼을 누르는 실수를 계속 저지르다가 결국 칠레 GDP의 0.5%의 손실을 초래하며 ’경이로울 정도로 일을 망치다’라는 신조어 ‘다빌라르’를 만들어낸 칠레의 국영 기업 코델코 소속 후안 파블로다빌레에게 수여되었다.
1995년 평화상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50주년을 기념하여 남태평양 연안에서 수소 핵폭탄 실험을 연달아 시행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수여되었다. 자크 시라크는 ‘핵무기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항상 위험이 도사린 세상에서 이 실험은 평화에 이바지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1998년 화학상은 물(H2O)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고 그 정보를 전화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있다고 주장한 Jacques Benveniste에게 수여되었다. ‘네이처(Nature)’지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 더들리 허슈바이크의 말을 빌려 이 주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분자들에 대한 생각과 부합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매우 적절하게’ 수여되었다고 평가했다.
2000년 평화상은 포병학교 훈련생들에게 실탄을 쏘는 대신 입으로 ‘빵’을 외치며 훈련시키라고 명령한 영국해군에 수여되었다. 영국 해군 대변인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 중에서 ‘이것은 가능한 최상의 투자 효율성을 거두려는 군의 끊임없는 노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개당 642파운드의 실탄을 줄임으로써 3년간 국방부 예산 500만 파운드를 절약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비커(Beaker) 같은 실험용 유리 제품은 불법 마약 장비로 간주하자며 허가 없이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낸 텍사스주 상원의원, 지역주민들이 지옥에 갈 확률을 수학적 비율로 측정한 앨라배마주 남부 침례교회, 1만 5천 년 정도 추정되는 프랑스의 메이리에레 동굴 벽의 고대벽화를 낙서로 생각하고 깨끗하게 청소한 프랑스 스카우트 단원들, 합동 결혼시킨 커플이 100만 쌍에 달하는 한국의 종교지도자, 긴 꼬리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인 루왁 커피를 보급한 존 마르티네스(John Martinez) 등이 상을 받아왔다.

사족이겠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님에도 ‘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의 컬렉션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 과학 관련 책은 주 독자층이 청소년인 것이 현실이기에 아마도 교육 도서로 자녀를 둔 부모에게 눈길을 받으려는 고육지책이 아닐까 싶다. 이 우스꽝스럽고 시니컬한 책은 자신의 연구나 행동이 타인에게는 비정상으로 보여 조소 거리가 될지언정 끊임없이 노력해 온 쉽게 잊힐 수 있는 괴짜 과학자들과 행동가들을 다뤘다. 이것은 오히려 그들의 창의적인 도전을 반추하게 하며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또한 각 분야에서 굳어져 있던 우리들의 사고에 자정작용도 발휘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고,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다양한 독자층에게 사랑받을 책이다.
[1]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극장 관램객 70% 이상 감소...도서 구입은 늘어 (yeongnam.com) – 영남일보 2.22.21
[2]골든래즈베리상(Golden Raspberry Awards)은 존 윌슨(John Wilson)이 만든 '골든 래즈베리재단'이 '영화값 1달러도 아까운영화'를 뽑자는 취지에서 1981년 제정되었다- Wikipedia
[3]살림 출판사 보도자료
[4]Improbable Researchhttps://www.improbable.com/ig-about/
본문 중 이그노벨상 가이드 편34-36p
[5]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 정부가 수행한 원자폭탄 개발계획– 원자력사전
[6]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소련의 핵공격에 대비하여 제안된 미국의 전략방어체제.별칭은 Starwars(별들의 전쟁). – 다음백과

마크 에이브러햄스(Marc Abrahams) 저

Clint Jung, Book Columnist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