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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style

“Either give me more wine or leave me alone.” Rumi

세계 최고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Rumi)의 시 한 절이 생각나는 가을이다. 우주처럼 넓고도 고아한 그의 시구에는 힘겨운 삶에 위로를 주는 생수 같은 와인이 자주 등장한다. 루미의 시에서처럼, 연인같이 달콤하고 오랜 친구처럼 따듯한 위안을 주는 그런 와인 한 잔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두 달 정도면 끌 날 것 같았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던 일상생활도 차츰 익숙해져 가지만, 좋은 사람들과 식탁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친구들과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잠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가을 전경에 와인까지 곁들일 수 있는 곳이라면 충분히 행복한 가을 여행이 될 것이다.

업스테이트 뉴욕, 허드슨 벨리 지역에는 생각보다 와이너리가 참 많다. 누군가 “뉴욕 와인?” 이라는 비아냥을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와인 향과 맑은 공기, 그리고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어디라도 특별하다. 더욱이 최근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해 라파벨리의 와인 생산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울한 뉴스가 전해지는 상황에서는 굳이 생산지를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고풍스러운 와이너리, 또 깔끔한 현대식 외관에 아담하고 코지한 와이너리, 그리고 포도원 전체가 운치 있는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는 공원 같은 곳 등 크고 작은 와이너리들이 허드슨 벨리 곳곳에 숨어 있다. 온 세상이 가을 채색으로 물들어 가는 10월, 선선한 바람 맞으며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는 아름다운 와이너리 두 곳을 소개한다.


Millbrook Winery

Millbrook Winery instagram

허드슨 벨리, 밀브룩에 위치한 Millbrook Winery는 허드슨 강변의 가파른 경사, 자갈이 많이 섞인 흙 그리고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등 와이너리를 조성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130에이커가 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이 와이너리는 1982년에 처음 세워졌으며, 포도원 면적만 30에이커가 넘고, 주변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결혼식, 야외콘서트 등 연중 다양한 이벤트가 유치되기도 한다. 특히 포도원을 끼고 뻗어 있는 두 개의 아름다운 산책로는 밀브룩 와이너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1983년 첫 수확으로 만든 와인은 샤도나이, 피노 누아르, 캐버넷 등 프랑스 산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이후 뉴욕 와인 생산에 전념해 지금은 피노 누아르, 샤도나이 등의 유럽 종 와인과 캐버넷 프랑, 리슬링 등의 뉴욕 와인 그리고 토카이 프리울라노라는 이태리 종 와인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밀브룩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테스팅과 와인 샵, 양조장 내부를 투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야외 그릴에서는 화덕에 구운 피자와 핫도그,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스낵이 판매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야외 재즈 콘서트 시리즈가 펼쳐지고, 밀브룩 와이너리가 자체 기획한 여러 가지 이벤트가 진행된다. 특히 이곳은 야외 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높은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이벤트가 취소된 상태다. 와인 테스팅은 온라인 예약이 필요하며 와인 구입이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은 예약 없이 가능하다.

https://www.millbrookwine.com/

845.677.6186


Brotherhood Winery


뉴욕 Washingtonville에 위치한 브라더후드(Brotherhood) 와이너리는 허드슨 벨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1838년에 처음 조성되었으며, 현재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al Place로 등록된 곳이다. 예전부터 가톨릭 성찬 와인 배급을 전담하던 곳이라 오랫동안 유지가 가능했던 이 와이너리는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만큼 뉴욕, 뉴저지 지역의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Brotherhood winery all photos by TOUCH storylab

외관이 아름다운 브라더후드 와이너리는 깔끔하고 아담한 사이즈의 포도원을 끼고 19세기의 운치를 담고 있는 스톤 빌딩의 양조장과 샵들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다. 특히 양조실에는 200개가 넘는 오크통이 있고, 지금도 19세기의 전통적인 양조 방법으로 와인이 생산되고 있어 브라더후드 와이너리의 양조실 투어는 꼭 둘러봐야 할 이벤트지만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된 상태다. 그러나 테이스팅 룸, 카페와 레스토랑, 와인 샵 등은 여전히 운영 중이며 와인 샵으로 들어가는 작은 광장에서는 주말마다 라이브 음악이 연주되고 있고, 주변 야외 테이블에는 와인잔을 기울이며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처음 생산된 와인은 빈티지 1839라는 레이블을 달고 있는 레드 와인이다. 1970년대에는 프랑스산 하이브리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까베르네 소비뇽, 피노누아르, 머롯, 샤도네이, 리슬링, 그리고 흰 자판델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달콤한 와인이나 후식으로 쓰이는 와인을 많이 생산하며, 명절에 마시는 스파이시 와인이나 아이스 와인이 유명하다.

누군가 와인은 예술과 같다고 했다. 수년에 걸친 수공예품처럼 만드는 이의 정성과 사랑은 물론이고, 거기다 시간을 더해야 제대로 된 와인 맛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예술을 즐기듯 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중에도 충만한 ‘가을 누리기’가 될 것이다.

https://www.brotherhood-winery.com/

845.496.3661


TOUCH storylab Editorial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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