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on Choi, Jazz Musician
Fly Me To The Moon & 오징어 게임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다 보니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지만 간략히 소개하자면, 456명의 사람들이 456억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한 Death Game에 초대되어 목숨을 걸고 게임을 치르게 되는 게임 장르 드라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가는 곳마다 이 드라마가 화제다 보니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필자도 호기심에 시청하게 되었는데, 밤새워 정주행하게 된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선 스토리가 재밌고 구성과 짜임새가 탄탄할 뿐만 아니라, 계급사회나 양극화와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거나 돈과 부를 향한 인간의 보편적 욕망, 또 적자생존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 등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해 비교적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드라마 속으로의 몰입을 이끌었던 강렬한 음악이다.

양철북(The Tin Drum)이라는 영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전후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스스로 성장하기를 멈춘 한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려낸 것으로, 영화 중반부에 우체국에서 폴란드 시민들과 독일 방위군과의 전투 장면이 나온다. 폭격에 맞아 사람이 죽어가고 우체국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이 비교적 길게 전개되는데 이런 비극적인 장면 위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왈츠‘라는 서정적인 춤곡이 흘러나온다. 지옥과 같은 공포의 순간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음악 같지만, 공포와 두려움을 공포스러운 기괴한 소리로 중첩시키기 보다는 아름다운 선율을 흘려보내면서 더욱더 극적인 효과를 끌어내고자 하는 고도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곡은 작곡가 요한 스트라우스 2세가 전쟁에서 참패한 오스트리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기는 하지만, ‘비극적인 장면에는 비극적인 음악’이라는 상투적인 공식을 깨고 오히려 감정의 극대화를 끌어낸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이런 유사한 기법이 등장한다.

드라마 1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편에서 게임장으로 초대되어 온 사람들이 게임에서 탈락할 때 지속적인 총격으로 무참히 학살당하는데, 이때 비극적이고 슬픈 음악 대신 ‘Fly Me to the Moon’이라는 다소 경쾌하고 발랄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조화의 조화’라는 다소 역설적인 논리의 이 기법은 명랑하고 경쾌한 음악을 흘려보냄으로써 죽음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키는 대신 오히려 내면 깊숙이 극한 슬픔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Fly Me To The Moon이라는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사족이 길었지만, 이 곡은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된 곡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가 한국에서 한창 음악 활동을 할 즈음, 유명 가수들이 공연마다 Fly Me to the Moon을 빼놓지 않고 열창하던 것이 기억난다. 스탠더드 재즈로 분류되는 이 곡은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식 토착화(?)가 되어 재즈가 아닌 모호한 장르로 뒤바뀌었던 것도 공연 반주를 하며 자주 느꼈던 점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공연을 다녀봤지만 미국에서는 그다지 자주 불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의아해했던 음악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보면, 이 곡이 처음 발표되었던 1954년에는 (지금의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하다가 NASA의 아폴로 우주 미션과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가 접목되면서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60년대 초반에는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였고, 실제로 우주선 아폴로를 처음으로 쏘아 올린 시기에 이 곡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이후로도 나사는 자주 이 곡을 다양하게 활용해왔고 나사라는 특수한 기관이 자주 차용하던 음악이다 보니 마치 나사의 우주 탐사 관련 주제곡처럼 인식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 곡이 다른 여타의 장소에서 불려지기에는 다소 어색한 음악이 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Fly me to the moon이 하나의 멋진 노래로 확장될 수 있는 가변적 범위가 어느 정도 축소되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이 곡은 1954년 작곡가 Bart Howard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최초로 발표되었을 때는 3박자의 왈츠곡이었다가 1964년 유명 편곡자 퀸시 존스에 의해 지금의 4박자의 경쾌한 음악으로 바뀌게 된다. 이 시기 또한 나사의 아폴로 우주 미션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던 시기라는 점, 또 나사 창설 50주년이 되던 해에도, 그리고 닐 암스트롱의 영결식과 그 외 여러 행사에서도 이 곡이 울려 퍼진 것은 필자의 추정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거나 이 곡은 그 당시 내로라하는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레코딩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선율은 물론이고 노랫말이 아름다운 곡으로도 유명하다. 너무 멀고 요원하여 그저 바라만 보던 달, 그리고 그 달이 우리에게 주는 온화하고 아늑한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던 달에 대한 감상은 Fly Me to the Moon이라는 노랫말을 통해 우주를 관통해 달까지 가고자 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소망을 담아내고 있다.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희망,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노래하며 꿈을 꾸는 희망이 달콤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런 음악이다. 다 인용할 수는 없지만, 이 음악은 여러 드라마, 영화에도 자주 차용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 미술 등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은 때로 분석이나 평론을 거치지 않은 일차적 느낌과 감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분석과 평론은 작품의 이해를 돕고 좀 더 작품 속으로 깊숙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지만,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 작품 자체가 주는 순수한 느낌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설(說)이 많겠으나 Fly me to the moon이라는 음악이 주는 단순한 감상에만 젖어보기로 하고 오징어 게임 초반부와 후반부를 장식했던 Fly me to the moon 버전을 소개한다. 신주원이라는 여성 가수의 목소리다.
글, Joon Choi, Jazz Music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