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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 Designer, Kate Kim

디자인, 삶의 진보를 맛보다


예술이 예술로써의 한계를 허물고 실용을 가미해 생활 깊숙히 침투해 들어오면서 디자인이라는 삶의 한 코드를 만들어냈다. 흑백텔레비젼이 칼라TV로 재탄생된 것을 문명의 진보라고 한다면 디자인의 발견은 예술의 진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진보를 주도하는 사람, 인테리어 디자이너 Kate Kim씨를 만났다.

GW bridge에서 허드슨 강을 끼고 북쪽으로 5분 남짓 올라가면 Englewood Cliff라는 타운이 있다. 비교적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고 주거환경도 뛰어나 한인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알려진 이 동네에 인테리어 디자이너 Kate Kim씨가 살고있다. 그녀의 집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뒷마당으로 세련된 익스테리어(Exterior)를 자랑하는 수영장이 있다. 또, 6개의 침실이 있는 바이레벨(Bi-Level) 형식의 집 내부는 마치 인테리어 쇼룸이 연상될만큼 모던하고 심플하면서도 심미적 에센스를 더한 디자이너의 터치가 곳곳에 녹아있다.


디자인이란 삶이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서두도 없이 디자인이 무엇이냐 묻는 기자의 질문에 Kate씨는 개념적 정의가 아니라 실용적인 차원의 담백한 답을 제시했다. 아마도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그녀의 사유이자 신념일 것이다.


디자인이란 삶이죠. 다소 모호한 말 같은데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요? 만일 다이닝 룸에 맞는 식탁을 구입한다고 가정을 하면 먼저 가족의 수를 생각하고 가족 구성원의 성격을 고려해서 식탁의 배치를 결정합니다. 가령 노인이 함께 거주하는 가정이라면 식탁의 높이나 의자의 소재 등을 좀 더 따져야 하고, 동선이 용이하도록 특별히 신경을 기울여야겠죠. 또 어린 아이가 있으면 하이체어를 추가해야하고 가급적 식탁의 재질도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죠. 이렇듯 디자인이란 우리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인은 곧 삶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의 유년기, 유니크(Unique)했던 아이


그녀는 딸만 셋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무용을 전공한 자매들과는 달리 그녀가 디자이너가 된 이유는 무척 흥미롭다.


“어릴적 부터 남의 집에 가면 그곳의 공간구성이나 여기저기 놓여있던 물체, 색깔 등을 기억했다가 집에 돌아와 종이 위에 그대로 묘사해보곤 했었어요. 그리고 난생 처음 가본 길을 다시 되짚어 돌아오는 일이 제게는 무척 쉽고 재미난 놀이였고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각적 인지기능이 좀 발달했던 걸까요? 어쨌거나 저의 그런 점을 알아보신 어머니께서 무용이 아닌 미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죠."


그녀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만났지만 자신의 일을 실내디자인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공간을 나누고 틀을 바꾸는 공간디자이너로, 또 내부에 가구를 배치하고 소품을 매만지고 디테일을 고민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게다가 처음 가본 낯선 길을 다시 그대로 되돌아오는 것은 컴퓨터의 기본원리와 비슷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여준 그녀가 현재 웹 디이너로도 활발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란 어느 특정 분야로 세분하기도 하지만 디자인 전반에 관한 모든 이론과 경험을 아우르는 총체적 작업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눈으로 본 세상을 종이 위에 다시 재현해내는 일에 재주가 많았던 한 아이가 마침내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것은 그닥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국 패션계의 대부 도신우회장의 모델센터 출신


인터뷰를 위해 Kate 씨를 만났을 때 훤칠한 키와 아름다운 미모가 어쩐지 남달라 보였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 그녀는 패션계, 광고 CF, 또 매거진 커버 등을 장식하며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던 탑모델이었다. 한국 모델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던 모델라인과 모델센터 중 그녀는 도신우회장이 이끌던 모델센터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이미 모델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를 따라 패션쇼에 갔었는데 그날 마침 모델 한 명이 급한 사정으로 쇼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쇼를 기획하셨던 디자이너께서 저를 보시더니 급히 무대의 동선을 일러주고 워킹을 가르쳐준 다음 저를 무대에 세우셨어요. 다행히 제가 그 일을 무리없이 해냈고 그때부터 모델 훈련을 받게되었어요. 앙드레 김 쇼를 비롯해서 여러 패션쇼에 참여했고, 일본 도쿄컬렉션 Top 5모델로 뽑히기도 했었습니다.”


모델로써 남부럽지 않은 자리를 고수하고 화려한 20대를 보내던 그녀는 돌연 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 7년 남짓했던 모델생활을 정리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에 마주서게 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로써 자신을 충분히 stand out 했고, 대학 때 전공했던 그래픽 디자인을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아쉽지만 모델활동을 그만 두었습니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Kate씨는 미국으로의 유학을 강행했다. 짧지않은 시간을 탑모델로 활동했던 터라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맨하탄으로 건너온 그녀는 뉴욕텍(New York Institute of Technology)에 진학해서 컴퓨터 그래픽과 편집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로써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더 큰 걸음을 떼다


“미국 유학을 마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 ‘구그램 디자인(9 g Design)’이라는 디자인펌(Firm)을 설립하고 여러 분야의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어요, 당시 이효리가 속해있던 핑클의 앨범을 비롯해 대중음악 가수들의 재킷을 디자인 했고, TV 프로그램 그래픽 디자인 제작과 문화공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공무에도 참여하고, 또 일반 기업과 회사의 의뢰를 받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까지 확대하게 된 계기는 기업체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기위해 여러 회사 다양한 사무실들을 방문하면서였다고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점점 커지자 그 분야에 대한 학업의 필요를 느끼고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디자이너로써의 자신의 지경을 넓히고 공고히 하는데 큰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일에 떠밀려 분주히 살아가던 그녀는 유학시절 상품디자인으로 인연을 맺었던 미국의 Locus Telecommunication 회사로 부터 러브콜을 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기술지원팀(Technical Support Team) 의 웹비즈니스(Web Business) 를 담당하면서 웹디자이너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삶을 병행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조합, 범상치 않은 가문


Kate 씨의 어머니는 한국인 건축가가 설계한 최초의 서양건축물로 알려진 화신백화점 제 1호 모델로 활동하셨던 분이다. 산수 80세를 넘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곱고 아름다우시다. 무용가인 언니 김경란씨는 오랜기간 KBS 안무가로 활동하셨고, 이후 남성그룹 SS501을 비롯해 여성 가수 손담비를 훈련하고 스타로 배출하는데 조력하기도 했다. 또 언니의 남편이자 Kate 씨의 형부는80년대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남성그룹 소방차의 멤버 김태형씨다. 서로 다른 분야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한 유명예술인들이다.


디자이너의 삶 속에 녹아있는 오브제 아트(Objet Art)


“디자인 작업을 ‘계획, 설계, 혹은 밑그림’정도로 심플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요, 디자이너인 제 머리 속에는 매순간 그런 작업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내가 사는 공간과 일하는 작업실, 사무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제 머리와 생각 속에서 설계되고, 재구성되고 디자인 되거든요. 생필품 하나를 구입할 때도 기능을 고려하고 디자인을 따지고 그 물건이 놓여질 장소와의 조화를 고려하게 되고 또 그런 이유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여러 매장을 다니며 꼼꼼히 살피게 되죠. 남들이 봤을 때 불필요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때론 발품이 곧 노하우로 연결되기도 하거든요. 디자인이란 어쩌면 예술보다는 오히려 노동에 가깝다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매순간이 디자인과 결부된다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루는 주택가에 버려진 책상 하나를 주워다가 다듬고 페인트를 칠해서 적당한 자리에 배치했더니 그럴듯 했단다. 그러다 얼마 뒤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우울해져서 그 책상을 다시 검정색으로 칠했더니 뭔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듯한 위로를 얻게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디자이너란 쓰임을 다한 물건 하나를 통해서도 자신을 표현하고 메세지를 전달하며 보는 이들과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아티스트다.


Kate Kim 디자인의 키워드 ‘모던과 심플(Modern & Simple)’


현재 뉴저지 에지워러에 위치한 건축회사 Serim201의 인테리어 디자인팀 대표이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Kate 씨는 현재 한 중국업체가 의뢰한 빌라 건축의 인테리어 디자인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디자인 키워드는 ‘모던과 심플’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좋아하는 그녀는 모던하고 단순하면서도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 위에 심미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인테리어 일을 시작하고 초기에는 80%이상이 개인 주택의 인테리어, 즉 개실인테리어(Private Interior)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이었는데, 몇년 전부터 상용빌딩과 음식점, 또 애견샵(Commercial Interior) , 그리고 사무실(Office Interior), 공공기관(Public Interior)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고 또 좋은 평가를 받고있어요. 디자인을 의뢰받으면 클라인트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하고 거기다 제 디자인 모토인 모던함과 심플함을 더합니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과의 소통이 무척 중요한데요, 의뢰인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자주 미팅을 갖죠. 그리고 미팅 중에 가볍게 나누는 사소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요. 그 대화 속에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생각과 요구가 담겨있거든요.”


누구나 자신의 취향대로 디자인을 요구할 수 있지만 전문가로써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일선에서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면, 흔히들 디자인을 한다고 할 때 이전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이 일시적으로는 신선함을 안겨줄 수 있지만 머지않아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잘 상의하셔서 익숙함 가운데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해 최적화된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물친화력을 자랑하는 디자이너의 견공사랑


“작업이 없는 날은 편안한 차림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녀요. 샤핑몰에서 디자인의 트랜드를 살피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아트데코(Art Déco)를 공부하기도 해요. 책이나 매체를 통해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것은 큰 차이가 있거든요. 그리고 또 저의 애완견 나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게는 가장 큰 휴식시간 입니다. 나또가 오기 전에도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요, 언니가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저희집에만 오면 돌아가지 않으려고 해서 제가 그냥 키웠어요.”


4살짜리 반려견 비숑브리제 나또와 함께 살고있는 Kate 씨의 강아지 사랑은 좀 특별하다. 얼마전 Pet finder를 통해 앞을 못보는 강아지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입양절차를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유기견 구제팀(Animal Rescue)이나 동물보호소(Animal Shelter)에서 자원봉사를 하고싶단다. 반려견이 주는 정서적 가치를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결실을 추구하는 것


디자이너란 소비자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사람들이다.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일상에서 예술을 경험하도록 돕는 그녀의 바램은 이랬다.


“무형의 한 상태가 미적 의미를 지닌 하나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해 모든 것이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마무리되죠. 이전에는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 사고의 훈련도 필요하고 늘 트랜드를 연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클라이언트와 제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결실을 도출해내는 것이 디자이너로써의 제 바램입니다 .”


좋아보이는 것은 다 그만한 비밀이 있다. 혹자는 좋아보이는 것의 핵심이 겉모양에 있지 않고 내면의 숨은 가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디자인이란 시각의 최적화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작업이고, 디자이너란 바로 내재된 비밀을 외현화하는 사람들이다. 달콤한 데이트 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Kate Kim 씨, 그녀가 있기에 우리 삶은 오늘도 진보한다.


인터뷰, 글 Young Choi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