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on Choi, Jazz Musician
Sometimes It Snows in April-Prince
며칠째 초여름 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간 연장되었던 세금 보고 기간도 끝나고,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 이런저런 음악을 찾아 듣다가 Purple Rain으로 유명한 뮤지션 프린스(Prince)가 6월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음악 한 곡을 골랐다. 프린스에 대해 몇 마디 논한다면 그건 아마도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수준에 머무를 것이 뻔하다. 그만큼 프린스라는 인물의 명성이나 그의 음악적 천재성, 그가 남긴 뮤지션으로서의 족적이 너무나 방대하고 또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다루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심지어 랩도 한 적이 있다)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뮤지션이다 보니 그 자신이 음악의 한 장르가 된 예술가였다는 점과 그의 음악은 프린스라야만 가능한 음악이기에 그의 예술가로서의 위대함이 모든 음악마다 다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꼭 다시 되짚고 싶다.

그가 처음 뮤지션으로 데뷔해 발표했던 앨범 ‘For You’는 작사(한 곡은 조력자가 있었다고 알려짐), 작곡, 편곡, 프로듀싱은 물론이고 모든 연주를 혼자 다 해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당시 그의 나이가 19살이었다는 사실은 그를 단지 ‘천재’라는 한마디 말로는 결코 충분할 수 없을 만큼 그는 전설적인 존재다. 대표곡 Purple Rain을 비롯해 프린스의 음악은 인간의 가장 어둡고 아픈 단면들을 가장 화려하고 몽환적인 컬러의 음악으로 재조합해내는 마치 신비한 마술과도 같다. 인간의 본성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퇴폐적이고 원색적인 가사는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화려하고 다채로운 컬러를 만나 지상에서 가장 황홀하고 신비한 소리로 탄생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프린스 음악이다.

그는 1958년 6월 7일에 태어나 2016년 4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그의 비보에 온 세계가 그를 애도하던 중에 아주 특별하게 조명된 노래가 하나 있는데, 그 곡은 프린스가 사망한 날과 같은, 31년 전 4월 21일에 녹음했던 “Sometimes it snows in April”이라는 곡이다. 그가 감독하고 출연했던 영화 Under The Cherry Moon(1986년)의 사운드 Paradise에 수록된 이 곡은 프린스가 직접 작사, 작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한 곡으로, Under The Cherry Moon에서 그는 Christopher Tracy의 역할을 맡았는데, Sometimes it snows in April은 Christopher Tracy의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표현한 곡이다.

이 노래는 흔히 알고 있는 프린스 음악의 현란함은 없는 대신 프린스 음악의 또 다른 색채를 느끼게 만드는 곡이다. 프린스 스스로도 자신의 음악을 어떤 카테고리로 정형화하는 것을 싫어했던 만큼 이 곡은 새롭고 참신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노래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도 그렇지만, 과도한 가성도 없고 솔직하고 담백하면서도 툭툭 말하듯 던지는 프린스의 창법이 참 좋다. 4월 어느 한 날,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니 마침 눈이 내린다고 잠시 상상해보면, 세상은 마치 스틸컷 한 장면처럼 정지되어 있고, 나는 조금 전까지의 모든 현실을 잊고 음악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도록 만드는 은근한 끌림이 있다. 그의 가사처럼 세상을 떠난 Tracy는 왜 4월에 눈이 오는지 이유를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남은 우리에게 인생이란 ‘다 알 수는 없는 것, 그럼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 예술가의 죽음과 삶에 대한 단상을 마주하는 것 같은 노래다. 프린스는 자신의 공연에서 이 노래를 앙코르곡이나 엔딩곡으로 자주 불렀다고 한다.
‘Maybe one day I'll see my Tracy again’…
지금쯤 프린스는 천국에 있는 그의 친구 Tracy를 만났을까? 눈 대신 비가 내리는 6월, 우리는 프린스가 몹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