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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racism, 인종차별에 관한 독일 단편 영화, ‘Schwarzfahrer’

지난 4월, 제27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Awards) 수상식에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제이미 정(Jamie Jung)이 Oscar de la Renta브랜드의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그런데 이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제이미 정의 손에 들려있던 동일 색상의 클러치로, 디자이너 Edie Parker의 제품으로 알려진 클러치다. 이 브랜드는 클러치 위에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새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제이미 정 배우는 클러치 위에 STOPASIANHATE 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어 패션을 통해 개념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요즘, 남의 나라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한인들이 많아졌다.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쉬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흑인 잔혹사’라는 부끄러운 말이 생겨날 만큼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전체주의적, 무차별적 증오가 최근 들어 아시안에게로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서양 강대국들의 인종차별은 유럽이라고 해서 그다지 다르지 않다. 독일인들의 반유대주의와 학살은 인종차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잔혹하고 처참했던 것을 우리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세대를 거치고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순진한 희망이었을까? 아시안 혐오범죄에 대한 뉴스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1994년 66회 오스카 최우수 단편 영화상을 받은 독일 블랙코미디 영화 ‘Schwarzfahrer(Black Rider)’는 인종차별을 위트 있게 꼬집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영화다. 독일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페페 단쿠아르트(Pepe Danquart)가 1993년에 만든 10분 짜리 단편인 이 영화는 독일인들의 타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이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견고한지를 잘 드러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 몰입도를 더하는 흑백필름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베를린 시내를 운행하는 대중 버스 안에서 한 할머니(Moria)가 흑인 청년(Outlaw)과 동석을 하면서 벌어지는 짧은 해프닝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극대화한다. 자신의 옆좌석이 비어있고 거기에 흑인 청년이 앉는 것이 못마땅했던 백인 할머니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이 청년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심술 맞은 얼굴로 분노와 혐오를 담아 무례한 언사를 끝없이 쏟아내던 할머니는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아프로-아메리칸 청년의 상상을 초월하는 복수 한 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어쩔 수 없이 ‘을’로 살아가는 마이너리티라면 누구라도 자신도 모르게 통쾌한 ‘YES!’를 외치게 될 것이다.
오스카의 영예는 물론이고 뉴욕, 베를린, 카이로, 민스크, 예루살렘, 함부르크, 퀘벡, 시드니 등 수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세계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상영되었으며, 미국에서는 뉴욕 현대미술관과 시애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선댄스 등의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터치와 감성적, 예술적으로 잘 묘사해 영화의 장인이라 평가받는 페페 단쿠아르트 감독은 독일 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및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다채로운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현재 함부르크 미술대학의 다큐멘터리 필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자료 출처: Wikipedia, 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