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nt Jung, Writer
Welcome Back, Spring! Essay by Clint Jung, Writer

을씨년스럽던 뉴욕에도 봄이 왔다. 연례행사들이 이어졌다. 메이시스(Macy’s) 백화점에선 플라워 쇼(Flowers Show), 뉴욕 식물원에선 오키드 쇼(Orchid Show), 제비츠 센터(Javitz Center)에선 오토 쇼(Auto Show)가 열렸다. 마트는 채소 모종을 들여놓았고 동네 화단에는 봄철 꽃들이 만발했다. 가만히 있어도 호흡기에 달라붙는 것 같은 꽃가루와 봄 향기. 예년보다 심해져서 창문을 닫고 있어도 주기적으로 베나드릴(Benadryl)을 먹어야 한다. 그래도 주말이면 언제나 밖으로 나가길 원하는 아홉살 딸의 손에 붙들려 외출한다. 토요일 정오, 우리는 브롱스 리버(Bronx River) 하류에 있는 스타라이트 파크(Starlight Park)를 찾았다. 4월 22일은 환경 보호를 위해 제정된 지구의 날(Earth Day)이었다. 기념 행사가 있었다.

뉴욕시에는 허드슨 리버(Hudson River), 이스트 리버(East River), 할렘 리버(Harlem River), 브롱스 리버(Bronx River)까지 모두 네 개의 강이 있다. 그 중 브롱스 리버는 2000년대 초까지도 공장의 폐수를 버리며 천연 하수도로 이용되던 하천이었다. 주요 도로들이 강 위로 지나가는 데도 운전자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던, 복원 전의 청계천처럼 잊혀진 곳이었다. 침체한 상권과 슬럼화된 주거 지역이 있던 기피 구역에 가깝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서 브롱스 리버 얼라이언스(Bronx River Alliance)를 포함한 여러 환경단체는 오염된 강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자고 제안했다. 웨체스터 카운티(Westchester County) 지자체와 여러 기관, 비영리단체들이 의기투합하여 파트너십을 맺고 몇 년에 걸쳐 노력한 끝에 뉴욕시 유일한 담수 강으로 복원시켰다. 화이트 플레인(White Plain)을 지나 발할라(Vahalla)에 이르는 24마일 길이의 강은 새들이 돌아오고, 뉴욕에서 멸종되었던 비버가 다시 둥지를 튼 곳이 되었다. 수질이 더 좋아지면 수영도 가능하게 될지 모른다.
스타라이트 파크(Starlight Park)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시설이 깨끗해서 새로 조성된 공원인 줄 알았으나, 1950년대에 최초 개장했었고, 환경정화 작업을 거쳐 2013년부터 재개장되었다고 한다.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면 쓰레기 가득했던 폐공장 부지를 뉴욕시 공원이 구매하여 2009년 완공시킨 콘크리트 플랜트 파크(Concrete Plant Park)도 있다. 우리는 라이브 DJ의 믹스 음악을 들으며 여러 부스를 구경했다. 카누를 타고 강 주변도 돌아보려 했는데, 모든 예약이 차서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딸아이는 봄 햇살에 반짝거리는 공원길 위에 초크 그리기를 했다. 하늘을 보았다. 스모그 없는 청명한 하늘이었다. 사람은 해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끄덕이게 만드는 그런 날이었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표정도 싱그러웠다. 딸은 초크가 잔뜩 묻은 손을 닦겠다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기 시작했다. 문명의 폐해 속에 철없이 자라온 도시가 자연과 다시 어울리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 보다. 나는 좀 더 걷고 싶었다. 산들바람이 불었다.
떠나기 전에 뉴욕 레스토레이션 프로젝트(New York Restoration Project)에서 무료 배포하는 묘목을 받았다. 미국 주엽 나무(Honey Locust)라고 했다. 집에 들고 들어오니, 아내가 아파트에서 어떻게 나무를 키울 생각이냐고 당혹해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40미터까지 성장할 수 있는 우람한 나무였다. 딸아이는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뒤뜰 있는 집으로 이사 가자고 보챘다. 발코니에서 잘 키워보자고 말했다. 물주기는 당연히 내 담당이었다. 아마존 박스만 집안에 출입하다가 나무를 들여놓으니 새 가족이 생긴 것 같았다. 마냥 좋았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Clint Jung, Writer

Stonybrook University 졸업
뉴욕에서 십여 년째 라이센스 제품 제조·판매업체에서 근무 중. <겨울>, <계절 음악>, <나, 그 정체>, <아동심리>, <One Day> 시집을 출간했고, 시와 책 관련 에세이를 기약 없이 집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