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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과 체벌, 그 기준의 딜레마

Covid-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수개월째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종일 보살펴야 하는 부모들이 많을텐데, 아마도 ‘학교’의 고마움을 새삼 통감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부대끼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갈등을 겪게 되고 언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 부모도 감정을 가진 사람인지라 훈육과 체벌의 경계를 잘 지키기가 어렵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자녀의 훈육을 위해 부모가 자녀를 징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던 법을 없애고, 보호자의 체벌권을 아예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야단도 치고, 엉덩이도 한 대 때릴 수 있지.'라는 한국 사람들의 오랜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또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조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녀에 대한 훈육과 체벌, 그 기준이 무엇인지 미국 소아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제시하는 지침을 알아본다.


체벌의 기준

체벌이란 손으로 가볍게 엉덩이를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언성을 높이거나 심한 말도 체벌로 간주된다. 이성적인 언어로 서로 간의 인격적인 대화를 통한 교육이 아닌, 부모의 감정이나 분노가 담긴 어떠한 언어, 행위도 모두 체벌이며, 체벌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체벌에 노출된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

부모가 자녀를 훈육 차원에서 체벌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우선 18개월 미만의 영유아에게는 아무리 가벼운 체벌이라 해도 아이들에게 신체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성인에게는 가벼운 정도지만 영유아들에게는 물리적인 충격을 있다는 뜻이다. 또 아동기의 아이들에게 체벌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자극이 되고 부모에 대한 불만은 물론 부모와의 관계형성을 와해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정서적 손상은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학업능력 면에서도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에 심한 손상을 끼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춘기나 청년기로 자라감에 따라 누적된 불만에 대한 대체물을 찾게 되어 알코올이나 약물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소아과학회의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세부터 25세 사이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영상을 연구했는데, 그들 중 12세 미만 시절, 한 달에 정도로 3년 이상 지속적으로 체벌을 받거나 심하게 혼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영상에서 체벌을 받지 않은 아이들과는 다른, 인지기능이나 주의력 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여러 영역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이는 결국 발달 저하나 인지기능과 집중력의 저하를 가져와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말로 타이른다? 과연 훈육의 효과가 있을까?

미국 내 거주하는 3000개의 가정을 표본조사한 결과 두 가정 가정 꼴로 자녀에 대한 체벌이 가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에는 좋은 말로 차분하게 타이르지만, 훈육이 시작된지 불과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부모가 통제력을 잃고 목소리를 높여 고함을 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체벌이 부모의 감정조절 결여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그런 방식으로 훈육된 아이들은 부모의 의도대로 교육되어지기 보다는 부모가 보이는 분노 감정과 충동에 빨리, 또 쉽게 길든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부모의 고함은 점점 커지고 체벌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조용하고 차분한 말로 타이르는 훈육이 당장 효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인지시키고 체계적인 계획과 함께 진지한 대화를 통해 바르게 이끄는 것이 바람직한 훈육이다.

아이들을 자주 야단치는 나, 어떤 부모일까?

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거나 체벌하는 부모의 대다수가 자신 역시 그런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한국 부모들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식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자식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높다고다. 아이들이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고가 미숙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아직 어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아이의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며, 자녀 교육이란 온전한 거울이 되기 위한 부모의 성찰과 노력에서 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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